> #blog-writing # 정류장에서 만난 아이 ![yonkim Radio📻 | 정류장에서 만난 아이 ](https://youtu.be/NUOogAYsees) 버스를 기다리다가 한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 인사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보통의 아이들이 모르는 어른에게 말을 걸지 않듯이, 저 또한 보통의 어른으로서 모르는 아이에게 함부로 말을 걸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이라는 건 종종 보통의 어른을 약간 사교적인 어른으로 만들기도 하죠. 저는 아이에게 슬-쩍 말을 걸었습니다. "몇 학년이야?" 그러자 아이가 상냥하지만 짧게 대답했습니다. "6학년이요." "음 6학년..." 저는 약간 놀랐지만 어쩐지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는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도 제가 몇 살인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일단 거기서 멈추었는데요. 대화라는 것은 일종의 테니스와 같아서, 공을 주고받으려면 서로 적당한 액션이 필요한데, 우리의 대화는 공이 네트에 걸려서 툭, 하고 떨어진 형국이었죠. 하지만 아이는 저를 계속해서 물끄러미 보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다음은요?' 같은 은근한 압박을 주는 듯한...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어른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다음 질문을 생각해 냈습니다. "학교 끝나면 뭐 하고 놀아?" "게임해요." "무슨 게임 해?" "발로란트요." "으응... 발로란...트..." '발로란트가 대체 뭐지...?' 저는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그 생소함을 곱씹고 있었습니다. 요즘 게임 이름은 참으로 직관적이지가 못하달까... 디아블로를 사냥하는 게임 이름은 <디아블로>, 별들의 전쟁은 <스타크래프트>. 치킨집에서는 치킨을 팔고, 피자집에서는 피자를 팔던. 제가 알던 게임들은 마치 가게 간판처럼 정직했는데 말이죠. 우리의 대화는 다시금 진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뚫어지게 저를 보고 있었는데요. 마치 제가 다음 질문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이 말입니다. 아, 어쩌면 이것은 일종의 시험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곰곰이 생각한 끝에 가까스로 질문 하나를 더 생각해 냈습니다. "너 발로란트 잘 해?" "아니요?" "으응... 잘 못하는구나." 마침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에서는 앞으로 모르는 아이에게 함부로 말을 걸 작정이라면 최소한 재미있는 대화를 리드하는 어른은 되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 - [**yonkim Radio📻 | Playlist**](https://youtube.com/playlist?list=PLKyheCbN7CkU&si=_T5Cs_pEweLniEq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