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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쟁이 토마토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서 [춘천 멋쟁이 토마토 스무디]를 주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영수증 하단에 으스스한 문장이 적혀있었습니다. 아니, [멋쟁이 토마토] 라면, 주변의 평범한 토마토들에게 "나는 야 주스 될 거야!"라고 떠벌리며 바늘구멍 같은 예체능 데뷔를 준비하던 그 토마토가 아니던가요? 그러나 그토록 화려한 무대 위를 갈망하던 그는 어느 날 돌연 실종되었죠.
현재 춘천시의 토마토 재배 농가는 공식 통계 기준 약 322여 가구에 달하며, 춘천시X메가MGC커피의 지역상생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가 활황을 이루는 판국입니다. 이 시점에서 핵심 아이콘인 멋쟁이 토마토의 실종 소식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었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춘천시 토마토 전략작목 운영위원회는 이 사건을 극비에 부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하여 전국의 메가커피 점주들에게 다음과 같은 은밀한 지령이 전보로 하달되었습니다.
붉은 스무디의 흔적을 남기지 마십시오
그러나 스무디를 한 모금 마신 순간, 저는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멋쟁이 토마토였던 그가 빨간 껍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증발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죠.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혀 하나로 전국의 숨은 맛집 지도를 그려낸 자타공인 돼지계의 사설탐정 설(舌)록 홈즈(*맛집 문의 및 의뢰 가능/평일 09:00-11:00*)이자, *"토마토의 식물학적 분류 체계에 대한 미학(味學)적 고찰: 채소냐 과일이냐가 아닌 맛 중심의 실천 연구"* 논문을 고메모장(Gourmet Note)에 기재한 쩝쩝학사(Yum-Yum Bachelor's Degree). 그런 저의 입맛을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이 토마토 스무디는 평범한 토마토들은 낼 수 없는 맛이었거든요.
씨앗에서 파종하여 완숙 토마토가 되기까지 약 100일간의 치열한 연습생 기간, 소속사의 "토마토야, 100일 연습하고 집에 갈래?" 같은 무서운 질책을 견뎌내고 극적으로 데뷔조에 합류한 기특한 붉은 과채류. 그 주체할 수 없는 끼와 넘치는 과즙미를 뽐내는 토마토. 토마토 솔로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입안을 골고루 적셔주는 토마토 흠뻑쇼. 591ml 내내 인터미션 한 번 없이 몰아치는 붉은 콘서트. 5천 여종에 육박하는 토마토 데뷔조 가운데서도 군토일학, 그 아이코닉함은 분명 소양강 찰토마토, 그중에서도 단연코 멋쟁이 토마토였습니다.
춘천이 낳은 포스트 말론을 꿈꾸던 멋쟁이 토마토의 말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영구 미제 사건 파일 속에서 잠들어버린 그의 달콤한 꿈을 제가 맛보았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토마토,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토마토. 여기, 여기에 제가 있습니다. 도마 위에서 도마도로 토막나버린 당신의 흔적을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