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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계란밥

안녕들 하세요?
밥들은 먹고 다니시는 거겠죠?
어제 제가 넷플릭스에서 뭘 좀 봤는데요, 아주 재미가 있었다... 문제는 너무 재미있다 보니까 그 재미가 아침 6시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아침에 잠자리에 들었다는 점인데요.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뱃속에 실제로 거지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의심이 될 정도로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봐도 먹을 것이 없더라... 밥, 그리고 계란 두 알이 전부였습니다.
이 시점에서 보통의 경우라면 배달 앱을 뒤적일 수도 있겠지만, 거의 16시간 공복 상태에서 배달을 기다리는 건 배꼽시계 타임라인에도 맞지 않고 비용 구조를 따져봐도 효율이 나오지 않겠더라, 는 그런 판단이 서게 됐달까.
우선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주문, 결제, 배달까지의 리드타임(Lead Time)이 최소 약 40분에서 45분가량이라는 걸 저희가 쉽게 예상을 할 수가 있는데, 이미 현저하게 배가 고픈 상태에서 더 큰 배가 고픈 상태를 방치하는 어떤 마이너스 수익률의 운영이 과연 효율적인가...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을 첫 번째로 해볼 수가 있었고, 둘 째로는 저희가 이제 배달비를 포함한 총비용(Total Cost)을 낙관적인 관점에서 따져보더라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 수 있겠다는 그런 결론에 도달을 했는데요.
반면에 밥과 계란 두 알이라는 리소스는 규모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미 확실하게 제 에셋(Asset)으로 확보되어 있고 별도의 관리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이른바 '제로 베이스'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서 추가적으로 범용성이 높은 조미료 투입을 단행한다면 배달이라는 외부 조달에 의존하거나 또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고도 약 5분 내지는 10분 내로 배고픔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간장계란밥을 만들자'라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집행이 된 거죠.
그래서 결심이 섰다면 바로 주방에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돼지적 비즈니스의 기본 이 아니겠습니까? 우선 찬밥의 경우 전자레인지 1000W로 1분 1분 30초 정도를 가볍게 돌려주고, 동시에 후라이팬도 함께 운영하는 투 트랙 플랜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는데요. 계란 프라이는 하나만 있어도 좋지만, 두 개가 있으면 훨씬 더 좋으니까 계란은 두 알을 투입했습니다. 이때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노른자의 경우, 둘 다 반숙으로 살려두는 것이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따끈해진 밥에 반숙 계란 프라이 두 개를 삭 덮어주고, 여기에 간장을 한 바퀴 빙 둘러줘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간장이 너무 과하면 너무 짜기 때문에 원래 먹으려던 것보다 밥을 더 먹어야 하고, 이렇게 밥을 더 먹으면 살이 찌기 때문에 옷이 맞지 않게 되고, 그러면 옷을 또 새로 사야 하고, 새 옷이 마음에 들면 또 밖에 나가서 꺼드럭거려야 하니까 어디 놀러 나가게 되고,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내 집 마련의 꿈으로부터는 점진적으로 멀어진다... 우리가 항상 어떠한 결정과 또 그에 따른 행동을 할 때, 그러니까 간장 한 바퀴를 두를 때도 모든 스노우볼링 가능성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그래서 저의 경우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간장은 딱 1.5큰술 정도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나 맛적인 차원에서나 딱 좋더라, 는 개인적인 의견을 드립니다. 물론 여기다가 풍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반드시 참기름 0.5큰술을 추가하셔라.
지금까지 이 모든 공정을 완료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 약 5분인데,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배달 앱을 켜고 리드타임을 산출하던 그 45분의 시간과 비교할 경우 그야말로 압도적인 생산성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을 이렇게나 효율적으로 회수했다는 사실이 간장계란밥 한 그릇을 앞에 둔 저를 상당히 흡족하게 만드는군요. 이렇게 40분의 시간을 아꼈기 때문에 이제 그 시간만큼을 다시 넷플릭스라는 시장에 재투자할 여유를 확보하게 된 셈인 거죠.
결국 이 한 그릇의 간장계란밥이라는 것은 어떤 가벼운 임시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서 상당히 괜찮은 솔루션이었다, 는 뭐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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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kim Radio📻 | Playlist**](https://youtube.com/playlist?list=PLKyheCbN7CkU&si=_T5Cs_pEweLniEq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