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돈의 속성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한 명의 시장 참여자로서 돈이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찰하는 것에 늘 흥미를 느낍니다. 돈의 속성을 보다 면밀히 이해하기 위해 나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투신하고 있습니다. 대출, 저축, 보험, 주식으로 말이죠. 이 중에서도 특히 주식 시장은 나의 본성을 탐구할 수 있는 정말이지 흥미로운 실험으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얼마 전엔 일종의 미래 통제 실험이란 핑계로 인버스2X(미장)에 들어갔다가 하루 만에 -25%의 손실을, 이틀 만에 +2.7%의 익절로 극적인 탈출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이는 나의 위험선호 경향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위험선호란 동일한 기대수익을 가진 선택지 중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쪽을 택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 확실한 50만 원과 (B) 50%의 확률로 얻는 100만 원 혹은 0원이라는 조건이 있을 때, 대부분은 확실한 A를 택하지만 위험선호자는 B를 택합니다. 나는 위험선호 자체가 나쁜 경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장되는 용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금전적 가치를 넘어 불확실성이 주는 심리적 자극에 더 큰 효용을 두는 경향이기 때문입니다. 위험선호는 변동성 자체를 즐기거나 일련의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불확실성에 투신하는 특수한 심리적 상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위험선호는 투자가 될 수도, 도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건전한 의미의 위험선호는 혁신을 낳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이나 미지의 기술에 투자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높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위험 감수가 성공할 시 인류를 진보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 동력이 됩니다. 위험을 감내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설계와 창의적인 상상력이 개입될 때, 위험선호는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습니다. 투자가 되는 것이지요. 반면, 상상력이 거세된 위험선호는 도박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나는 도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박이 위험해서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지루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숫자를 기다리거나 패를 맞추는 단순 반복의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가 주는 창의적인 즐거움이 없기 때문에, 지루함을 잊기 위해서는 상실의 위험이 주는 가짜 스릴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즉, 카지노의 도박은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위험선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건강한 즐거움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위험을 유료 상품으로 파는 것이지요. 이곳에서의 위험선호는 어떠한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고 자극의 역치만을 높입니다. 소모적 위험선호인 것입니다. 참고로, 나는 게임도 오픈월드 RPG를 선호합니다. 오픈월드 RPG는 사용자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능동적 탐험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자유도가 높을수록 더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 정해진 패와 숫자의 조합이라는 틀 안에 갇혀 한 번의 베팅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게임과는 결이 다릅니다. 나의 성향을 투자에 대응해 보면, 단기 투기인 인버스 2X는 애초에 모순된 선택이었던 것이지요. 나는 인버스 2X 투자와 도박이 소모적 위험선호라는 본질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고 느꼈습니다. 카지노에서 오래 머물수록 승률은 하우스에 유리하게 수렴하듯, 인버스 2X 역시 장기 보유할수록 투자자에게 불리해집니다. 이 불리함을 이기기 위해 투자자는 더 짧은 시간 내에 극단적인 변동성이 오기만을 바라는 자극의 상태에 놓입니다. 실제로 나는 이틀간 미장 오픈부터 마감까지 동서남북을 향해 기도를 올리며 본주의 추락만을 간절히 기원하였습니다. 이번 투자, 아니 투기는 미래에 어떤 혁신이 일어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변동성이라는 자극에만 매몰된다는 점에서 카지노의 위험선호와 그 결이 같다고 느꼈습니다. 즉, 나는 가치 투자를 한 것이 아닙니다. 건설적인 위험선호였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익절을 했음에도 그 기쁨은 곱절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앞서 말한 건전한 위험선호는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합니다. 기업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은 그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거나 고용을 창출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반면, 인버스는 기업의 실패와 파괴에 베팅합니다. 물론 시장의 하락장에서 전략적인 헤지 수단으로써의 가치는 있지만, 이미 내 자본 이상의 효과를 내기 위한 파생 상품에서 변동성에만 몰입하는 것 자체를 가치 창출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통화가치의 희소성을 교리로 하는 종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물려도 삼전에 물리겠습니다. 오늘 국장에서는 호랑이에게 물려도 이보다는 덜 물리겠다는 심정입니다만, 그럼에도 당분간 낙관적인 마음으로 물려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Outgoing Link [ Brunch: 호랑이에게 물려도 이보다는 덜 물리겠습니다만](https://brunch.co.kr/@yonkim/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