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writing # 펄프논픽션-비둘기 (ツ)_/¯ 우리가 보는 건 보통 셋 중 하나의 비둘기이다. 걸어 다니는 비둘기, 서 있는 비둘기, 날고 있는 비둘기. 그래서 앉아 있는 비둘기는 약간 낯설다. 하물며 뭘 주워먹고 다니는 것인지 제법 살집이 오른 몰골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 뭐어쩌라고요 식으로 털푸덕 앉아 있는 비둘기는 형언할 수 없이 낯설다. 이게 뭔… / 네? 비둘기 곁에 멈춰 선 인간은 혼란스럽고 그저 앉아서 쉬고 있을 뿐이었던 비둘기 쪽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서로가 아스팔트 위에 툭 불거진 모난 돌 마냥 거슬린다. 괜히. 가까이 다가가자 녀석이 안절부절하기 시작한다. 마치 뭐, 무슨, 누구세요, 저 아세요? 라는 듯이. 여기서 대체 뭐 해?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 어디서 뭘 하든 비둘기 맘이죠. 저기요 보통 인간들처럼 그냥 지나가실게요. 비둘기는 일단 버틴다. 그래? 녀석이 언제쯤 일어나는지 보려고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이래도 안 일어나? / 어, 어어, 왜요, 뭐, 뭐요, 녀석은 이제 몹시 당황한 기색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버티고 앉아 있다. 고집스럽게 버티고 앉아 있다. 그래?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이래도? / 아니, 뭐, 왜, 왜 이러세요?? 대체 왜 이러세요??? 녀석은 결국 허둥지둥 일어나 날개까지 퍼덕거리며 뒷걸음질 친다. 인간은 역시 재수 없다는 듯이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뜬다. 걸어 다니는 비둘기를 보니 비로소 안심이 된다. 보통의 비둘기가 되었다. 나도 느릿하게 걸음을 옮긴다. 보통의 인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