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라는 것은 매일 같은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 같은 존재입니다. 물론 인공위성보다는 훨씬 더 지상적이지만요. 좁은 골목과 언덕이 많은 우리 동네의 점과 점을 한결같이 이어주는 익숙하고도 소중한 이동 수단이지요. 며칠 전에도 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 저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풍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마을버스에는 같은 버스기사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니폼이라는 것이 본래 각각의 개성을 조금은 말소하는 동시에 소속감을 부여하는 장치이지만서도, 다행히 한 분은 대머리였고 다른 한 분은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두 사람을 문제없이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대머리의 기사님 쪽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아마도 실습 중인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안경의 기사님 쪽은 맨 앞의 오른쪽 좌석에 앉아 있었고 그를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금부터 편의상 그들을 실습 기사님, 안경 기사님라고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습 기사님에게 찾아든 첫 번째 난관은 다인승 손님이었습니다. "3명이요"라는 선언과 함께 시작된 실습 기사님의 허둥거리는 모먼트. 그는 어딘가 어색한 손길로 작은 터치 패널을 뾱뾱 소리가 나도록, 눌렀습니다만 어쩐지 제대로 조작된 것 같지 않았습니다. 터치 패널은 그의 손길을 거부했고, 그가 다시 이런저런 버튼을 눌러보며 낑낑거리는 동안 머리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습니다. 긴장의 농도가 어찌나 진하던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손아귀에도 어쩐지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안경 기사님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재빨리 개입했습니다. 그의 오른손이 패널 위에서 뾰뵤뵥 소리를 내며 현란하게 움직이자, 모든 것이 순식간에 정돈되었습니다. 신속하고도 프로페셔널한 동작이었습니다. 그의 재빠른 대처 하에 3명의 손님은 정확히 3명분의 요금을 내고 3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맨 뒷자리에 무사히 앉았습니다. 저는 안도하며 창밖의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두 번째 난관은 마을버스 운전의 무언의 룰이라 할 수 있는 언덕길의 예우였습니다. 버스 두 대가 함께 지나갈 수 없는 좁은 언덕길에서 마주치는 버스들 사이의 룰, 즉 '무전 치기'가 있지요. 올라오는 버스와 내려가는 버스의 마을 내 한바탕 일기토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둘 중 한쪽에서 "내려갑니다" 또는 "올라갑니다"라고 미리 무전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지요. 만약 동시에 무전을 한다면 보통은 내려가는 쪽이 먼저 갈 수 있도록 양보해 주는 것이 기본 원칙인 듯했습니다. 아아, 실습 기사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리막으로 진입했습니다. 무전을 잊은 것이지요. 안경 기사님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채점표 위에 무언가를 휘갈겨 썼습니다. 언뜻 보아도 냉정한 필치였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배 속은 긴장으로 간질간질해질 지경이었습니다.
**'기사님 무전... 무전을 치세요. 잘은 모르겠지만 다른 기사님들은 다 그렇게 하는 것 같단 말이에요!'**
저는 그의 빛나는 뒤통수에 간절한 눈길을 쏘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그가 마음을 고쳐먹은 듯 기적처럼 무전기로 손을 뻗었습니다. 그리곤 "00호 사거리 언덕 내.. 내려 내려감" 이라고 허둥지둥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버스는 없었습니다. 잠자코 지켜보던 안경 기사님도 채점표에 취소선을 그었습니다. 저는 비로소 안심하고 다시 창밖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진땀흐르는 난관에도 실습 기사님의 운전만큼은 경이로울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다루는 그 섬세한 컨트롤은 페달이 아닌 마치 실크를 다루는 듯했고, 코너링은 또 어찌나 젠틀하던지 핸들과 버스 사이 시차(Lag)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흡사 고급 리무진의 승차감 같았지요. 하지만 그 세련된 부드러움은 상당한 속도 지연(Latency)을 대가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느려진 배차간격, 그의 마지막 난관이었죠. 그런데도 그가 다음 정류장에서도 다시금 깃털처럼 부드럽게 멈춰 서자, 결국 안경 기사님에게 운전석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운전석을 차지한 안경 기사님은 앉자마자 일련의 기계적인 시퀀스를 수행했습니다. 벨트를 매고, 안경을 추켜올리고, 터치 패널을 뾰뵤뵥! 조작한 뒤, 무전기에 무어라 말하는 동시에 클러치와 페달을 밟고 기어를 타탓! 하고 변속하였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이니셜 D>의 타쿠미가 두부 배달을 나설 때의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능숙하고도 정석적이었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마는 저는 그 정석적인 광경을 경외 서린 눈길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실습 기사님 또한 곁에서 똑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술을 전수하는 자와 그것을 동경하는 자, 그리고 그들을 구경하는 자 사이에 일종의 뜨거운 연대감이 흐르고 있었달까요.
그의 컨트롤 아래에서 버스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쿄 드리프트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승객을 강인함을 시험하는 터프한 마을버스로 말입니다. 벨을 누르지 않으면 결코 내려주지 않는 버스, 출발과 동시에 벨을 누르고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카드 지갑을 미리 꺼내놓고 한쪽 발은 문을 향해 슬쩍 꺼내놓아야 하는 버스, 코너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잡이를 사력을 다해 붙들어야 하는 버스로 말이죠. 조금은 터프했지만 버스 운행 서비스의 리듬은 완벽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이 버스의 운동에너지야말로, 우리 동네의 점과 점을 연결하는 진정한 역학의 상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삶을 내달리는 동안에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부드러움과, 터프함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고요.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확한 약속시간, 그 어려운 양극점을 오가며 마을을 잇는 이 버스는 오늘도 묵묵히 제 궤도를 돌아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