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writing # 사랑에 대한 단상 > `2026-05-06T11:50:11:00+09:00` > > 그/그녀가 자존감 없는 사랑으로부터 해방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관념에 영혼과 이성을 통째로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자신 안에서 생각하고 스스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삶을 살 때, 비로소 휘둘리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 >`2026-06-05T21:23:00+09:00` > >어떤 약속도 다짐도 않는 거야. 아무런 약속도 안 한다? 곧바로 잔을 비운 나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무 다짐도 없다? 나는 그 다음 잔도 단숨에 비웠습니다. 얼굴과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다시금 생각에 잠기려는데 이번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호박색 가로등 빛이 그의 얼굴에 쏟아졌습니다. >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허물어진 자리에서 순간순간 강렬한 감정이 들끓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넘는 동안 우리는 손을 잡기도 하고 서로의 어깨를 감싸 쥐기도 했습니다. 마주보며 웃기도 하고 입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잠깐잠깐씩 현실과 다른 속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건 분명히 다른 차원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런 허락도 구하지 않고 서로의 세계를 넘나들던 일시적인 차원의 틈이었달까. 훗날 생각했습니다. 그날 연애했던 거야, 우리는. --- > `2026-06-09T00:23:30:00+09:00` > > [[사잇각]], 두 개의 선이 서로 만나서 이루는 사이에 끼인 각도. --- > `2026-06-10T19:38:08:00+09:00` > > 그는 무색, 무취의 남자였다. 그에 대해서 기억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온도 뿐이었다. 그는 따뜻했다. 따뜻한 언어, 따뜻한 제스처, 따뜻한 체온을 지닌 사람이었다. 내 몸에 그의 손이 닿았을 때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서늘하게 지내고 있었던지 깨달을 정도로. --- > `2026-06-10T19:57:52:00+09:00` > > 그는 계속해서 나의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너에게 아무런 약속도 바라지 않아. 넌 아무런 다짐도 하지 마. 넌 나에게 꿈이야, 깨고 싶지 않은 꿈. 바래본 적 없는 우연이야, 바라지도 못할 과분한 순간이야. 멀어지고 싶으면 언제든 멀어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 홀가분하게 떠나. 나는 계속해서 네가 빛나기를 바랄거야.' > > 하지만 그는 한 순간도 내 마음을 놔주지 않았다. 그는 알았던 것일지도. 그런 식으로 거리를 벌릴 수 있는 마음이 아니라는 걸. 그의 마음 속에 필시 같은 마음이 자라나고 있었으리라. --- > `2026-06-10T19:57:57:00+09:00` > > 향수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 사로잡혔다는 건, 훗날 아무런 향기도 떠올릴 수 없다는 것.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에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머릿속 빈 공간을 속절없이 킁킁거리며 헤매게 되는 것. 아, 좀 많이 안아볼 걸, 재킷에 좀 더 깊이 파묻혀볼 걸. 기억을 소환할 스위치를 주지 않은 사람. --- > `2026-06-10T20:12:02:00+09:00` > > 흔히 물에 빠지듯, 구덩이에 빠지듯 사랑에 빠진다(Fall in love)고 말하지만 사랑은 우연을 가장한 사고가 아닙니다. 서로를 포식자처럼 사냥하는 것에 가깝죠. '호호, 자기야, 나 잡아봐라~' / '하하, 잡히면 가만 안 두겠어.'는 이 에로스(Eros)적 사냥의 게임화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쫓아와 주기를 바라는 적당한 거리 두기와 다가오기의 규칙이 존재하는 놀이. 귀여움을 가장한 두 마리 맹수의 추격전. 그리하여 스스로, 기꺼이 사로잡힌 사람들. --- > `2026-07-06T23:50:34:00+09:00` > > 이상형이란거, 있나요? 아아, 있으시군요. 알겠습니다. > 말씀드리기 다소 사적인 사항이지마는, 싱글인 저로서는... > 이상형이라는건 역시 이상(異常)한 형(型) 아닐까, 라는 의견입니다만... 왜냐하면... > > 어디까지나 이상형(理想型),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상상, 이상(理想)적인 유형이다보니, 결국 내 안의 온갖 욕심과 욕망을 총체적으로 버무려 놓은 허상이지 않을까... > > 외형으로 이를테면 이제 나로 하여금 언제나 올려다보도록 만드는 183cm 정도의 장신에 준야 와타나베를 소화할 수 있는 마르고 탄탄한 몸 그러나 어깨는 바다와 같이 넓어서 <매트릭스> 느부갓네살 호의 선원들이 입을 법 한 누더기 티셔츠를 걸쳐도 그 눈부신 핏이 살고... 하하, 물론 이 모든 조건을 소화하려면 타고난 수려함에 더해 후천적으로는 강박적인 식단과 주3회 이상의 웨이트, 5분대 페이스의 러닝 정도는 일상적인 루틴이어야겠죠. 이상하죠, 있을리가 만무합니다, 그런 사람. > > 내면을 말하자면 이제 독서, 음악, 미술, 교육, 영화, 연애, 에티켓, 언어, 음주가무, 날티, 풀소유, 무소유적 경험이 총망라되어 버무려진 섹시한 아우라를 주체할 수 없어 모든 말과 제스처 여기저기에 반짝반짝 묻어나고, 소유(所有)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소유(Possess)해 줄 것 같은 그 모순적인 무드... 하하, 물론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배운 것도, 다녀본 곳도, 만나본 사람도, 심지어 나이까지 꽤 지긋하신 와중에 보는 눈까지 준수해야겠죠. 이상하죠, 있을리가 만무하단 말입니다, 그런 사람. > > 아아, 정말 죄송합니다. 조심성 없이 제 욕망의 목록을 발가벗겨 늘어놓았군요. 유감입니다. 혹시라도 방금 제 글을 읽다가 "어? 내 얘긴가?" 하고 찔렸을 분이 계시다면 서슴없는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아, 물론 답장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상(異常)한 사람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