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writing
# 마음
>`2025-10-19T18:58:10: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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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오늘 짝짝이 양말을 신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서랍 안에서 도저히 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왼발은 밋밋한 양말, 오른발목에는 손톱만 한 계란프라이 모양의 꽃이 달려 있었습니다. 오늘 나의 이스터에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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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이 발로 버스 승객들 틈에 무사히 섞였습니다. 여전히 반팔 차림인 사람도 있고, 도톰한 털모자를 쓴 사람도 있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간대를 사는 것 같습니다. 나보다 하루쯤 빠르거나, 사흘쯤 느리거나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반바지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나처럼 짝짝이 양말을 신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모두 다 짝짝이일지도 모릅니다.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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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이 양말을 신은 사람을 길가에 세워두고 공개적으로 놀리지 않아주어 다행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짝짝이 양말에 무심하기 때문에, 세상이 여전히 점잖게 굴러가고 있다는 믿음을 품고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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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9T08:00:12:00+09:00`
>겉모습이야 좀 상처 나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건 긁히지 않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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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T16:25:36: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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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와 한 달, 한 주를 버티고 나니 오늘이 되었습니다.
>버티기 총합으로서의 현재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365일이라는 건 생각해보면 꽤 성실한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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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9T07:55:52: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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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음이 머무는 곳이 곧 삶이 머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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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1T17:20:50: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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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온함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빛, 쫓기지 않는 마음, 그리고 약간의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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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19T07:34:22: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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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더라도 의외로 내면의 상태엔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어릴 때와 지금의 내가 차이가 있다면, 그땐 사랑하면서도 내심 의심했던 것들을 지금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점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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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26T21:58:24: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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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마음의 충만함에 대하여 자주, 또 많이 생각합니다. 마음이 충만하다는 것은 어떤 상태인지, 일상 속에서 그런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을지 같은 것들을 물으면서요. 생각은 흘러흘러 늘 두 가지 다짐에 도달합니다. 무엇에도 쫓기지 말자, 무엇에도 매몰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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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충만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추구하되, 갈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갈구와 추구는 무언가를 바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동력원이 다른 느낌입니다. 갈구는 결핍에서, 추구는 온전한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결핍은 썰물에 파도를 쫓아 뛰는 마음을 만들고, 추구는 안온함 속에서 드넓은 대양으로 향하는 마음을 만든달까요. 마음속 두 바다는 서로 다른 바다입니다. 하나는 언제든 나를 집어삼킬 수 있는 바다, 다른 하나는 언제든 항해를 시작할 수 있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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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이라는 마음의 문제는 곧 불필요한 관습, 욕망, 소유와 같은 삶의 겉치레들을 만들어 냅니다. 겉치레를 걷어내면 마음의 맨얼굴이 생각보다 낯설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민낯의 마음은 언제나 본질만을 보려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아닌 살아가는 힘을, 모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기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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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줄곧 의심해 왔던 마음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마음의 돛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지독히도 괴롭던 삶으로부터 나를 멀찍이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삶을 기나긴 추격이라 여겨 온 마음이 비로소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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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8T18:19:18: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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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늘 평온하고 고요하다면 좋겠지만 이유 없이 곤두서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엔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심신에 안정을 주는 감각들을 수집합니다. 똑딱이는 시계 소리,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는 물고기(2g), 푹신한 쿠션 위에서 곤히 잠든 고양이(8.1kg), 잎사귀를 축 늘어뜨린 보스턴고사리, 정적인 소설책. 생활의 반경 안에서 한 움큼의 완전한 평온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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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1T19:02:13: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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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란 참으로 기묘한 것이어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속에서나, 날 선 바람 앞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초연하다가도, 정작 비가 그친 뒤 잎새에 맺힌 조그만 물방울 하나를 바라보다 왈칵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몸이라는 녀석은 제법 숨이 찰 정도로 이리저리 굴려대면 대개 내 뜻대로 통제되기 마련이지만, 마음이라는 녀석은, 뭐랄까, 까다롭고 쉽지 않은 상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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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나는 때때로 마음 안에서 자라나는 것들의 모양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온도, 습도, 질감 같은 것들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려야 합니다. 평소에 잘 돌봐주는 것이지요. 매일 좋은 활자와 차분한 향기, 목가적인 음악을 가까이 두는 것도 결국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말하자면, 마음을 여러 방면으로 다독이는 일종의 데일리 종합 테라피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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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5-26T21:43:53: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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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사는 언제나 약간씩 어긋난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의도한 일들, 의도하지 않았지만 벌어진 일들,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 우리의 마음은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미리 알기를 원합니다. 알면 대비할 수 있으리라는 그럴듯한 안도감을 얻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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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우리의 머리는 지독히도 근시적입니다. 눈앞의 현재에만 겨우 기능하도록 진화했기에 종종 헛발질을 하고 오류를 범합니다. 애당초 우리에게는 실감 나지 않는 미래를 설득력 있게 그려낼 관념이 부족한 것입니다. 마음속에 시시때때로 혼란과 모순이 찾아오는 건 그 때문이지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