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reading # 지혜의 일곱 기둥(Seven Pillars of Wisdom) ![cover|200](http://books.google.com/books/content?id=T6K2MAAACAAJ&printsec=frontcover&img=1&zoom=1&source=gbs_api) > [!note] yonkim 2026-04-20T09:53:52:00+09:00 > 전 3권 절판. 중고구매 완료 > > 'T.E. 로렌스의 글이 지닌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영어권에서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이것이 삼차원 때문이라고, 즉 그 작품 뒤에 있는 로렌스의 위대한 인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글을 다듬고 문체를 연마하면서 책상물림으로 앉아 지내는 문학적인 삶을 살지 않았다. 그 대신 용기와 고통과 인내와 명예에 대해 초자연적인 자기기준을 설정하고서 그에 따르는 위대한 삶을 살았다.' [[blog/Read/글을 쓰고 싶다면(If You Want to Write)|Source]] > [!note] yonkim 2026-07-12T19:39:33:00+09:00 > 이 책은 1935년에 간행된 Seven Pillars of Wisdom의 국내 최초 완역이다. 『지혜의 일곱 기둥』은 T.E. 로렌스가 아랍 반란 전쟁에 참여했던 경험을 개인 기록을 토대로 1919년 봄에 집필하였으나, 그해 겨울 원고를 분실하고 기억을 되살려 1921년부터 다시 쓴 책이다. 이 작품은 1922년 자비 출판으로 8부가 출간되었고, 1926년에 공식적으로 출간되었다. 번역 판본으로 사용한 1935년 판은, 로렌스 자신이 1926년 판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quote] 구약 성서 잠언 9장 1절 >"지혜가 자기의 집을 짓고 일곱 기둥을 다듬고" '지혜의 일곱 기둥' 이라는 제목은 로렌스가 구약 성서의 잠언 9장 1절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지혜라는 견고한 집은 그곳에 머무는 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진리의 장소임을 시사합니다. 이 책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아랍인들이 영국과 협력하여 벌인 독립 투쟁[^1]이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며 주인공은 영국인이자 이방인이었던 로렌스 자신입니다. 로렌스가 아랍의 문화와 그들의 신앙을 어떻게 해석하고, 본인의 내부적 고뇌와 결합해 나가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됩니다. - 배경 (54p~) 아랍 분명은 본질적으로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이고 도덕적이며 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동체 의식의 결여는 그들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뛰어난 능력들을 아무런 쓸모도 없도록 만들었다. -> 그리스/라틴 문명의 쇄퇴시기에 아랍의 번영이 두드러짐 -> 터키인 출현, 셈족 정복 -> 터키의 군사 정부 통치 시작, 아랍 억압 -> 터키 혁명, 압둘 하미드 폐위, 청년 투르크당 통치 시작 -> 중동 종교주의에서 벗어나 민족 정치로 입문 -> 터키로부터의 독립 -> 이후 이집트, 인도, 페르시아, 콘스탄티노플에서 민족주의 운동 벌어짐 -> 예니 투란을 구호로 한 터키의 아랍인 공격 및 탄압 시작 -> 당시 유럽 강대국이었던 영국이 아랍 해방 운동을 돕게 된 계기 -> 1914년 제1차대전 발발로 영국 프랑스 외교관들이 터키를 떠나자 터키 정부가 아랍 지하 조직을 탄압 -> 국가내 비터키적 경향 말살 시작 (특히 아랍, 아르메니아 민족주의 말살) -> 1915년 초반, 시리아 북부에서 아랍 연대 집결 -> 연합과 진보라는 깃발 아래 성전이 선포됨 알리 셰리프: 아라비아의 로렌스 오마샤리프 역 - 파이살 이븐 후세인의 아랍 반란은 - 압둘 하미드가 목숨을 바친 범이슬람 초민족국가의 이상과 - 이슬람 세계를 카이저 세계 계획에 포함시키려던 독일의 희망이란 - 공상적인 역사의 두 장을 넘겨버린 사건이다. - 로런스의 주요 인물들(영국측) - 정보부, 자기들끼리는 이단자들이라고 부름(영국 대외 정책의 관행을 깨뜨리고 동양에 새로운 민족을 세울 작정이었기 때문) - 클레이턴(리더), 핸리맥마흔 경(리더): 아랍 반발의 새로운 중재자 - 로널드 스토스 - 총독 관저의 동양 비서관, 그는 언제나 첫 번째였고 우리가 장차 수확할 일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었다. - 조지 로이드 - 돈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역과 정치의 지하 통로를 확실히 안내해준 인도자 역할, 긴밀한 협조. 오래 함께하진 않았다고 함 - 마크 사이크스 - 모든 일에서 기묘한 것을 보고 정상적인 것은 보지 못했다. 또한 간단한 소묘만으로 새로운 세계를 완벽히 그려내곤 했다. 일반적인 척도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있었지만 우리가 희망하는 것의 어떤 일면을 생생히 보여줌, 즉 이익과 해악을 모두 안겨줌. 아랍의 입장에선 그의 죽음이야말로 비극 중의 비극이었다. - 호가스 - 모두의 정신적 스승 - 칼리프의 전쟁 명령? - 메카 - 셰리프 - 예언자 가문을 의미. 위대한 예언자 마호메트로부터 그의 딸인 파티마와 그녀의 맏아들인 하산에 이르기까지 세습되었다. 정통 셰리프들의 이름은 가문의 족보에 기록되었고 메카에 보존되어 있다. 그동안 셰리프에 오른 인물들만도 2천여 명에 이른다. - 술탄은 셰리프를 폐위하고 이간하고 분산시킴으로써 이득을 얻으려고 했다. 압둘 하미드는 예언자 가문의 일부를 인질로 삼아 콘스탄티노플까지 데리고 갔다. 이 중에는 후세인 이븐 알리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거의 18년 동안이나 인질로 잡혀 있었다. - 아미르 -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 지방의 군사령관, 속주의 총독 또는 고위 장교 - 자하드 - 어려운 시기일수록 터키인들은 특별히 후세인 셰리프가 자하드, 즉 모든 이슬람교도들이 기독교도들의 침입에 맞서 대항한다는 성전을 고수할 필요가 있었다. 만일 후세인 셰리프가 메카에서 성전을 주창한다면 중동은 온통 피바다가 될 것이다. ## 서장 | 아랍 반란의 전쟁 (p1-p94) T. E. 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에서 다루는 아랍 반란(Arab Revolt)은 제1차 세계 대전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중동의 운명이 뒤바뀌었던 사건을 다룬 수기입니다. 당시 중동 지역은 오스만 제국(터키)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오스만 제국은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포함된 동맹국 측에 가담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스만 제국은 영국의 중동 지배권, 특히 수에즈 운하와 인도로 가는 보급로에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영국은 오스만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흔들어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던 아랍인들의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즉 이 전쟁은 크게 오스만 제국(터키)에 맞서 영국이 지원한 아랍 부족 연합이 봉기한 형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반란은 아랍인들에게는 독립의 희망이었으나, 강대국들의 식민지 분할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한 측면이 있어, 현대 중동 분쟁의 씨앗이 되는 비극적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 [!quote] **p74** (파이살 이븐 후세인의 반란 성공 이후) > > 아랍의 대서사는 탄생에서부터 시련과 고통과 회의의 시기를 거쳐서 피로 얼룩진 승리에 도달하기까지 폭풍이 몰아치는 길로 내던져진 것이다. 승리를 거둔 후에는 지루한 환멸의 시간이 뒤따랐다. 그리고 캄캄한 밤이 찾아왔고 목숨을 다해 용감하게 싸웠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품었던 모든 희망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달랐다. 마친매 그들에게도 눈부신 죽음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되리라. 그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무엇인가를 달성했으며, 빛나는 영감을 그들의 후손들에게 남겨주었다는 사실을... 이 책의 저자이자 이 전쟁의 영국측 핵심 인물이었던 로렌스는 이방인이었지만 사막의 베두인들 속에서 생활하며 그들과 유대를 맺고 그들의 생존 방식을 체득했습니다. 그는 아랍 복장을 하고, 그들의 음식을 먹고 그들의 언어를 썼습니다. 또한 그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척박한 사막을 횡단했으며, 마치 혹서기 훈련과도 같은 사막의 수기가 매우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랍인들의 정신적 사상과 문화, 그들이 결속하는 방식에서 깊은 경외심을 느꼈고 아랍의 독립을 진심으로 염원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그는 아랍 민족의 생활 속으로 깊게 침투하여 자유를 명분으로 한 반란을 독려하는 한 편, 뒤로는 영국의 이득을 위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일종의 기만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인물입니다. 자신이 지원한 전쟁이 실제로는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와 아랍 민족주의 사이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전쟁 내내 느꼈던 도덕적 괴리감은 책 전반에 걸쳐 무거운 죄책감으로 깔려 있습니다. ## 1장 | 파이살 셰리프 (p95-p190) 영국 정보 장교로 파견된 로렌스가 카이로를 떠나 아라비아의 항구 도시 지다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이 장의 핵심은 메카의 통치자 후세인 빈 알리의 셋째 아들인 파이살 왕자와의 만남입니다. >[!quote] **파이살에 대한 로렌스의 감상** > >p158-159 >파이살의 성격은 타오르는 불길처럼 뜨거웠으며 예민하고 때로는 비이성적이기까지 했다. 강렬한 욕망과 육체적인 약점이 한 쌍을 이루고 있었으며 용기가 여기에 박차를 가하는 꼴이었다. > >(중략) > >파이살은 항상 신중한 자세로 사람들을 판단했다. 만약 파이살에게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면, 그는 아주 원대한 업적을 이루어냈을 것이다. 여기 우리의 손에 예언자 한 사람이 들어온 것이다. 파이살은 이 일을 맡기에 충분할 만큼 위대했다. 비록 지금은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아랍 반란의 배후에서 그는 반란의 이상을 구체화할 것이다. > >p210 >나는 파이살의 인내심에 거의 경탄할 지경이었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아랍에서 말하는 이른바 '타고난 지도자'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파이살, 그의 이름은 '날카로운 칼을 번뜩이면서 일결에 내리치다' 라는 뜻이다. > >p211 >파이살은 매우 음색이 풍부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으며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부하들을 대할 때, 파이살은 그들 각 부족의 방언을 사용했으며 지대한 관심과 주저하는 태도를 모두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고통스럽게 문구들 사이를 비틀거리면서 마음속으로 정확한 단어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파이살은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가 선택하는 문구들은 대개 아주 간단명료하고 감동적이고 진실하게 느껴졌다. 생각을 가리는 말의 장막이 그토록 얇았기 때문에 용감하고 순수한 파이살의 영혼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았다. > >p214 >나는 단 한 사람도 불만스러운 표정이나 화가 난 모습으로 파이살의 막사를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로렌스는 파이살에게서 아랍 민족의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발견합니다. 로렌스는 파이살과 협력하여 사막의 부족들을 결집하고, 그들의 기동성을 활용한 게릴라 전술을 구상하며 아랍 반란의 본격적인 기반을 다졌습니다. ## 2장 | 파이살의 북방 원정 (p191-) 본격적인 군사 작전이 전개되는 단계입니다. 아랍군과 로렌스는 메디나 근방의 히자즈 철도를 장악하고 터키군의 주요 물자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한 원정에 나섭니다. 로렌스는 대규모 정면 충돌 대신 사막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기동전과 심리전을 펼칩니다. 파이살의 지휘 아래 북상하며 터키군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과정에서, 로렌스는 아랍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아랍 반란의 전술적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 헛소리가 섞인 감상 - 낙타라는 동물을 좋아하게 됨 - 사막의 모든 것은 땔감으로 쓸만한 야트막한 관목 하나조차도 그 사막을 관장하는 부족간의 공동소유이다. - 사막에서는 대추야자와 쓴 커피, 시럽 같은 녹차를 번갈아가면서 먹는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오마 샤리프는 참으로 탁월한 캐스팅이었다. - ## Quote > [!quote] **p21** > >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밤에 꿈을 꾸는 사람은 밝은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어나 그 꿈이 헛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내 깨닫는다. 반면에 낮에 꿈을 꾸는 사람은 몹시 위험하다. 그런 사람은 눈을 활짝 뜬 채 자신의 꿈을 실현 시키려고 행동한다. 그렇다. 나는 낮에 꿈을 꾸었다. > [!quote] **p29** > > 우리는 유한한 존재인 우리로서는 도저히 묘사할 수 없는 너무나 날카로운 고통과 너무나 깊은 슬픔과 너무나 극렬한 환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감정이 극한에 달하게 되면, 정신은 숨이 탁 막혔다. 그리고 또다시 단조로운 상황이 되풀이될 때까지 모든 기억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 [!quote] **p31** > > 우리의 손에는 하루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특권이었다. 우리의 인생은 그토록 고통스럽고 짧았다. 삶에 대한 비탄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고통에 대해 무자비한 태도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 [!quote] **p43** > > 셈족의 시각에는 아예 중간이란 것이 없었다. 그들은 단색으로,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흑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민족이었다. 또한 우리 근대사의 가시면류관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의심을 경멸하는 독단적인 민족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겪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들, 내면적인 회의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진실과 거짓, 믿음과 불신뿐. > [!quote] **p45** > > 예언자의 탄생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로 정해져 있으며, 예언자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난폭한 사람들에 의해 사막으로 쫓겨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동안 명상과 금욕의 생활을 한다. 마침내 사람들에게 전할 계시를 깨달은 예언자는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설교를 한다. 세계 3대 종교의 창시자들은 모두 이 과정을 충실히 따랐다. > [!quote] **p48-49** > > 그들(베두인 부족)은 무엇이 신이고 무엇이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아랍의 신이 있었다. 아랍의 신은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적과 싸웠으며, 그들과 똑같은 욕망을 품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 > (중략) 사막의 신앙은 말이나 생각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 넓은 사막의 광활함과 공허함을 잊어버릴 만큼 사막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 신을 단지 존재의 흐름이자 피난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 [!quote] **p52** > 그들(아랍인)은 물처럼 불안정하다. 그리고 아마도 끝내는 물처럼 모든 것을 극복할 것이다. 생명이 시작된 이래로 그들은 끊임없는 파도가 되어 육체의 해안에 스스로를 부딪치면서 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파도는 부서져버리지만, 파도가 부딪친 거대한 화강암은 조금도 닳아버리거나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걷잡을 수 없는 파도가 물질적인 세상이 자리 잡고 있던 그곳을 완전히 뒤덮어 버릴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신은 그 수면 위로 움직일 것이다. > [!quote] **p70** > > 후세인 셰리프의 눈에 비친 청년 투르크당은 시대정신의 반역자엿다. 그는 정의의 힘을 빌려서 기꺼이 터키와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후세인 셰리프는 신의 정의를 지나치게 과신했으며 군사적인 감각은 뒷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 [!quote] **p74** (파이살 이븐 후세인의 반란 성공 이후) > > 아랍의 대서사는 탄생에서부터 시련과 고통과 회의의 시기를 거쳐서 피로 얼룩진 승리에 도달하기까지 폭풍이 몰아치는 길로 내던져진 것이다. 승리를 거둔 후에는 지루한 환멸의 시간이 뒤따랐다. 그리고 캄캄한 밤이 찾아왔고 목숨을 다해 용감하게 싸웠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품었던 모든 희망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달랐다. 마친매 그들에게도 눈부신 죽음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되리라. 그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무엇인가를 달성했으며, 빛나는 영감을 그들의 후손들에게 남겨주었다는 사실을... > [!quote] **p77** (아랍전쟁 발발 전 로렌스가 겪은 문화) > > (터키 소작농들)은 마치 순한 양 떼처럼 선도 악도 몰랐다. 혼자 남으면 그들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거나 그냥 멍하니 땅에 앉아 있었다. 상냥하게 대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눈에 띄는 사람은 적이든 친구든 간에 똑같이 친절했다. 난폭하게 행동하라는 명령을 받으면, 그들은 자신의 부모라도 가차 없이 배를 갈라서 창자를 꺼냈다. 그들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이, 또는 늘 해왔던 일이라는 듯이 침착하게 그런 일을 처리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었고 열정을 태울 만한 동기도 없었다. 그것이 그들을 더할 나위 없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강하며 세상에서 가장 기백이 없는 병사로 만들었다. > [!quote] **p79** > > 우리 중 어떤 사람들은 아랍 민족들에게는 충분히 잠재된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셈족 집단은 위대한 종교 사상을 지니고 있었으며 상당히 근면하고 셈에 밝고 정치적이었지만 쉽게 융화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500년 동안이나 터키의 수탈을 고스란히 견뎌오다가 비로소 자유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동양과 서양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했다. 그리고 새로운 아랍 세계를 건설하는 데 영국이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일에 착수했다. > [!quote] **p79** > > 클레이턴은 언제나 평온을 잃지 않았으며 모든 일에 대해 항상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그리고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무의식적인 용기를 지니고 있엇다. 마치 물이나 혹은 기름처럼 모든 일에 조용히 그리고 끈기 있게 스며들었다. 그가 어디에 있고 어디에 없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일들을 주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결코 드러나게 일을 진행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상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했다. 침착하고도 위엄 있는 태도와 절제된 희망, 실제적인 문제들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너그럽고 융통성이 있었으며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다. > [!quote] **p92** > > 동양에서는 세 변을 돌아가는 것이 사각형을 가로지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 [!quote] **p96-97** > > 마침내 우리는 항구에 도착해서 닻을 내렸다. 그때 아라비아의 열기가 날카로운 검처럼 튀어나와서 우리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뜨거운 한낮이었다. 중동에서 정오의 태양은 달빛처럼 모든 색깔을 잠들게 한다. 그곳에는 오직 빛과 그림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얀 집들과 검은 거리들. 앞에는 항구 위로 아른아른 솟아오르는 신기루의 창백한 광채가 있었고 뒤에는 아무런 형체도 없이 눈부시게 빛나는 사막이 나지막한 언덕들 아래까지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다. > > (중략) > >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중에는 새까만 파리 떼가 지붕을 가리기 위해 씌워놓은 널빤지나 천의 찢어진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한 줄기 햇살 속에서 춤을 추는 먼지들처럼 사람의 몸에서 과일로, 다시 고리로 자리를 옮기며 부지런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후덥지근한 욕실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quote] **p108** > >지다의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몹시 즐겁게 만들었다. (중략) 이곳은 참으로 주목할 만한 도시였다. 거리들은 비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중앙 시장에는 나무로 만든 지붕이 씌워져 있었다. 그 밖에 높고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집들의 지붕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그맣게 보였다. 4층 혹은 5층 높이의 건물들에는 정사각형 들보로 길게 이어진 산홋빛 슬레이트 지붕과 지붕 쪽으로 활처럼 휘어져 올라간 회색 창틀의 넓은 창이 달려 있었다. 지다에는 유리창은 거의 없고 그 대신에 수많은 아름다운 격자 창문이 있었는데 어떤 창틀에는 매우 섬세하게 끌로 파낸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화려한 조각이 새겨져 있는 티크 목으로 만들어진 육중한 문들은 양쪽 여닫이식이었는데, 작은 쪽문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화려한 경첩과 쇠로 만든 고리가 붙어 있었다. 모양을 빚어서 만들거나 칼로 새긴 조각들도 많이 있었다. 좀 더 오래된 집들의 창문에는 멋진 석상과 기둥들이 안쪽 정원을 내다보며 있었다. (중략) 이곳은 마치 죽음의 도시처럼 거리가 너무나 깨끗하고 아주 조용했다. 꼬불꼬불하거나 곧게 뻗어 있는 거리의 바닥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하게 굳은 축축한 모래가 잔뜩 깔려 있었기 때문에 마치 양탄자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격자무늬의 창문들과 벽들은 모든 목소리를 그대로 흡수했다. (중략) 거리의 집들마다 우리가 지나가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히 문을 닫았다. > >숨이 탁 막힐 듯이 너무나 무거운 분위기였다. 생명력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날씨는 그렇게 무덥지 않았지만 축축한 습기와 피로감, 그리고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언제나 뜨거운 욕탕의 열기 속에서 땀에 흠뻑 젖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뿜는 수증기로 오랫동안 더렵혀진 공기 속에 방치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지난 수년 동안이나 지다에는 센 바람이 거의 불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다의 거리들은 해마다 변함없이 혼탁한 공기에 온통 둘러싸여 있었고, 그때부터 지다의 거리들은 건물들만큼이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는 것이다. >[!quote] **p132** >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사막을 버려진 불모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함부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사막에 있는 언덕과 계곡은 저마다 모두 공인된 소유주가 있으며, 만약 가문이나 부족의 소유권이 누군가에게 침범당했을 때에는 신속한 조처가 취해진다. 심지어 샘물이나 나무 한 그루까지 주인이 있어서, 필요에 따라서 어느 나무를 땔감으로 쓰거나 어느 샘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를 허락해 주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재산을 차지하려고 하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멋대로 사용하려고 할 때에는 즉각적으로 제재를 받는다. 사막 자체는 철저하게 공동 소유이다. >[!quote] **p151** > >아랍인들의 전쟁에서 첫 번째 규칙은 여자들을 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두 번째 규칙은 아직 싸울 수 없는 어린아이들과 가축들은 살려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규칙은 가져갈 수 없는 재산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이었다. >[!quote] **p168** > >종교적 광신주의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셰리프는 아랍 해방운동에 종교적인 색채를 부여하려는 모임을 완강하게 거절하였다. 그의 투쟁 신념은 바로 민족주의였다. >[!quote] **p172** > >실제적인 몫은 삶의 법칙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했다. 한 가족이 총 한 자루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 아들들이 제각기 며칠 동안 돌아가면서 소유했다. 결혼한 남자는 치열한 전쟁터와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했다. 때로는 부족 전체가 전쟁을 그만두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따. >[!quote] **p189** > >린든 벨 장군은 내가 사령관에게 아랍 정세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장밋빛 정사진을 펼치지는 말아달라고 했는데, 왜냐하면 지금은 어느 쪽으로든 다른 일을 벌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quote] **p195** > >갈랜드는 도화선과 뇌관, 성냥 따위가 뒤섞인 호주머니 속에 폭약을 한 움큼 쑤셔 넣고서 태연히 낙타 등 위로 올라타곤 했다. 그리고 헤자즈 철도까지 일주일 동안이나 달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힘든 노동이나 큰 사건을 겪은 후에는 반드시 심장이 말썽을 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랜드는 이런 어려움들을 마치 고성능 폭약을 다루듯이 태연하게 이겨나갔다. 그리고 아라비아의 첫 번째 기차를 탈선시키고 첫 번째 배수로를 폭파시킬 때까지 끈질기게 노력했다. 그 일을 성사시킨 직후에 갈랜드는 곧 목숨을 잃었다. >[!quote] **p199** > >아랍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해 피부색에 기인한 편견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아랍인들이 인종적 혐오감을 갖는 민족은 바로 인도인들이었다. >[!quote] **p202** > >지금으로서는 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파이살의 대부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시나무 땔감으로 여기저기에 피워놓은 모닥불이 수백 개도 넘는 것 같았다. 모닥불 주위에 모여 앉은 아랍인들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거나 망토를 둘둘 감고서 죽은 사람처럼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 사이를 낙타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낙타들이 있는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낙타들은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거나 줄에 묶인 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낙타들이 계속해서 계곡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는 늙은 낙타들은 굶주림과 불안으로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quote] **p206** > >마침내 파이살은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모두 끝냈다. 우리는 대추야자 대여섯 개를 먹고 축축하게 젖은 양탄자 위에 몸을 꼬부리고 드러누워서 잠을 잤다.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면서 누워 있던 나는 비샤 부족 출신의 호위병들이 곤히 잠든 파이살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자신들의 망토를 벗어 덮어주는 모습을 보았다. >[!quote] **p212** > >쌀쌀한 새벽에 설탕을 넣은 한 잔의 커피는 나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quote] **p227** > >나는 터키군에게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경고했던 다킬 알라에게 감사한다. 만약 그날 밤에 터키군이 공격을 감행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면 우리는 커다란 승리를 거두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서는 장장 여덟 시간에 걸친 달콤한 휴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 Outgoing Links ## Back Link - Sirāt, 2005 - [[blog/Read/글을 쓰고 싶다면(If You Want to Write)]] [^1]: 아랍 반란(Arab Revo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