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reading # 죽어가는 짐승 ![cover|200](http://books.google.com/books/content?id=yIS2EAAAQBAJ&printsec=frontcover&img=1&zoom=1&edge=curl&source=gbs_api) ## yonkim's review (KR) 이 책은 나의 첫 필립 로스였습니다. 주인공은 명망있는 미학자이자 교수인 60대 남자 케페시. 소설 전체가 그의 자전적인 독백을 쏟아내는 문체로 전개됩니다. 특히 초반부 내내 노년 남성이 젊은 여자에게 느끼는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전시하므로,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서 책을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아, 혹시 <은교>의 매운 맛 미국 버전일지도 모른다' 는 단순한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재 자체의 유사성도 그렇지만, 전개 방식이 다소 낯설었기 때문에 일단 <은교>에 대입해가며 읽은 것인데요.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 색안경도 벗게 되었죠. 점입가경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흡인력의 페이지 터너였거든요. 이런 소설은 반드시 끝까지 가게 만듭니다. 수위가 워낙 높고,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비위가 상하는 경향은 있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이 명망있는 미학자라는 설정은 꽤 영리한 전략이었다고 봅니다. 내용 전체가 연륜있는 미학자의 깊이 있는 지적 사유와 여러 세대를 망라하는 시대 정신, 멈추지 않는 욕망이 합쳐진 독백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아하게 느껴지기까지 하거든요. 단순히 노인의 성적 판타지로 치부하긴 어려워지는거죠. 뭐랄까, 시적(Poetic)이면서 외설적(Pornographic)이다. 이런 용어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은교>를 보면서도 동일한 감상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생각한 것은 왜 '죽어가는' 짐승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왜 '죽은' 도, '죽어버린'도 아닌 '죽어가는' 짐승인가? 주인공은 쾌락을 누리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갈망에 대해 지속적으로 말합니다. 젊은 여자의 육체에 대한 갈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시작한 이야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삶의 유한성에 대한 통렬함, 죽어가면서도 멈추지 않는 본능이란 아이러니를 다루며 점차 깊어집니다. > [!quote] 본문 중 > 과거에 존재한 것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 지나갔다는 것에 시달리는 만큼이나 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 그것이 너를 꽉 채우고 있다는 것에 시달려. 우리 모두의 육신은 찬란한 젊음으로부터 서서히 죽음으로 침잠하고 있지만, 누구도 그 과정이 파멸적일 것이라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오로지 죽음, 완전한 죽음만이 평화롭게 상상 가능한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죽어가는 자신에 대한 주인공의 서글픈 성찰에 동참하지 않을 도리가 없죠. 이 부분에 대한 힌트는 여러 파트에서 제시되기도 하고, 아예 W.B.예이츠의 시에서 제목 전체를 인용하기도 합니다. 번역을 맡으신 정영목 교수님께서도 옮긴이의 말 대신 예이츠의 시 전문을 번역하여 붙여두었습니다. 그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끄덕끄덕. ```W.B.예이츠 - 비잔티움으로 가는 배에 올라(번역: 정영목) 비잔티움으로 가는 배에 올라(W. B. 예이츠 | 번역: 정영목) 1 저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서로의 품에 안긴 젊은 것들, 나무에서 노래하는 새들 ㅡ저 죽어가는 세대들ㅡ또 연어의 폭포, 고등어가 득실거리는 바다, 물고기, 살덩이, 새, 여름이 다 가도록 배고, 나고, 죽는 모든 것을 찬양한다. 모두 그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들은 무시하면서. 2 늙은 자는 그저 지질한 물건일 뿐 막대기에 걸려 있는 누더기 코트일 뿐 영혼이 손뼉을 치며 노래하고, 결국은 스러져버릴 옷이 누더기가 될수록 그만큼 더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면. 허나 영혼 자신의 장엄을 기리는 기념비를 공부하지 않고는 노래하는 법을 배울 길이 없어 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에 왔다. 3 어느 벽의 황금 모자이크 속에 있는 것처럼 오, 신의 거룩한 불 속에 서 있는 현자들이여, 소용돌이치듯 맴을 돌며 거룩한 불에서 나와 내 영혼의 노래 선생이 되어다오. 내 심장을 살라다오, 욕망에 병들고 죽어가는 짐승에 단단히 들러붙어 있어 이 심장은 자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그렇게 나를 영원의 작품 속으로 거두어다오. 4 일단 자연에서 벗어나면 내 다시는 자연의 것에서 내 몸의 형상을 빌리지 않고, 그리스의 금 세공인이 망치로 편 황금 에나멜을 입힌 황금으로 만드는 형상을 따르리, 졸음에 겨운 황제를 깨우려고, 아니면 황금 가지에 올려놓고 비잔티움의 귀족과 귀부인들에게 지나간 것, 지나가는 것, 다가올 것 을 노래하게 하려고 만드는 형상을. ``` ## Quote >[!quote] **p27** > >생물학이 사람들에게 저지른 위대한 장난은 다른 사람에 관해 뭔가 알기 전에 친밀해지기부터 한다는 거야. 첫 순간에 모든 걸 이해하는 거지. 처음에는 서로의 거죽에 이끌리지만 동시에 직관적으로 전체를 다 파악해. 서로 끌리는 건 등가일 필요가 없어. 이 아이는 이것에 끌리고 상대는 다른 것에 끌려도 돼. 거죽이고, 호기심이지만, 그러다가, 쾅, 전체가 되는 거야. >[!quote] **p34** > >독보(讀譜)한 악보는 엄청나게 많아. 독보란 건 전문적 용어야ㅡ책을 보듯 악보를 본다는 뜻이 아니고 피아노를 보듯이 본다는 뜻이지. (중략) 연주라는 면에서는 훌륭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좀 즐거웠어. 사실 즐거움이 우리의 주제잖아. 자신의 수수하고 사적인 즐거움에 대해 어떻게 평생 진지한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 >[!quote] **p50-51** > >죽어가는 것과 죽음은 구별해야 해. > >내가 아는 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떤 것도, 어떤 것도 잠잠해지지 않는데, 이 사실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quote] **p62** > >자, 살아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미적 반응은 뭘까요, 학생들? 욕망. 그래. >[!quote] **p88** > >순결하게 산다면, 섹스 없이 산다면, 그래, 그 패배, 타협, 좌절을 어떻게 받아들일 거야? 돈을 더 벌어서, 벌 수 있는 돈을 모두 벌어서? 낳을 수 있는 모든 자식을 낳아서? 그것도 도움이 돼. 그래도 버린 것과 비교가 되진 않아. 버린 것은 신체에, 태어난 살과 죽는 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야. 오직 섹스를 할 때만 인생에서 싫어하는 모든 것과 인생에서 패배했던 모든 것에 순간적으로나마 순수하게 복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오직 그때에만 가장 깨끗하게 살아 있고 가장 깨끗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야. 부패한 건 섹스가 아니야ㅡ섹스 아닌 나머지가 부패한거야. 섹스는 단순히 마찰과 얕은 재미가 아니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quote] **p98** > >나는 케니(아들)의 카라마조프 아버지이고, 케니는, 사랑의 성자는, 늘 제대로 행동해야 하는 그 인간은 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거나 존속살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느껴. 자신이 모든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하나로 합친 존재이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아이에게 그런 기반, 괴물 같은 힘이야. >[!quote] **p106** > >내가 나라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의 영향은 장기적이었던 거야. 이런 가정적 재난은 왕조적이야. >[!quote] **p123** >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완전해진다고 생각하지요? 영혼의 플라톤적 결합? 내 생각은 달라요.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숴버린다고. 완전했다가 금이 가 깨지는 거지요. >[!quote] **p137** > >역사는 주장과 반대 주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람은 자기 생각을 강요하거나 아니면 강요당해.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런 곤경에 빠지게 돼. 대립하는 힘들은 늘 있어서, 터무니없이 예속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늘 전쟁중일 수밖에 없어. >[!quote] **p173** > >이 짐짓 자극적으로 연출된 복마전을 지켜보면 부유한 세계가 번영에 찬 암흑의 시대로 열심히 진입한다는 느낌이 들어. # Extracts - 홍키통크 - 래그타임 음악의 종류 ## Outgoing Links ## Back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