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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락

"그는 마력을 잃고 말았다."
22살 첫 오디션을 시작으로 평생을 연극 무대 위에서 남의 인생을 연기하며 살아온 사이먼 액슬러.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삶의 전부였던 것에 대한 장악력을 한순간에 상실한 노년의 남자가 됩니다. 이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는 그의 삶. 소설의 원제인 'The Humbling'을 전락(轉落)으로 번역한 것은 그가 인생의 정점에서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잘 담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죽어가는 짐승]] 에서도 느꼈지만 이 작품 또한 노년의 굴욕감과 정서적인 파멸, 존엄성의 붕괴와 같은 주제를 건조하게 해부하며 소설을 끌고 나갑니다. 비위가 상하는 수준의 몰락과 비극을 만들어내면서도 독자에게 동정을 호소하지 않고 그 과정을 미화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그 시니컬한 시선이 분명 필립 로스식 하드보일드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내면에 그리스신화, 셰익스피어, 체호프와 같은 문학적 장치와 극적인 연출을 끌어온다는 점도 매력적인 감상 포인트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섹스신은 좀 과하다 싶은 면이 있지만요.
## Quote
> [!quote]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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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마력을 잃고 말았다. 그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재능이 죽어버린 것이다.
>[!quote]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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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주어진 것도 요행, 빼앗긴 것도 요행이라고요. 이놈의 인생은 시작부터 끝까지 요행이에요.
>[!quote]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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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남자애 같은 여자애예요. 아이 같은 어른이고요. 그녀의 내면에는 자라지 않은 사춘기 아이가 있어요. 교활하게 천진난만하죠. 그녀의 섹슈얼리티가 단독으로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에요. 바로 우리가 동력이에요. 그녀에게 파괴력을 실어준 건 바로 우리예요. 페긴은 시시한 인간이에요. 아시다시피."
>[!quote] **p123**
>
>지금 이 여자 대 여자의 폭력이라는 행위에는 원시적인 뭔가가 있었고, 어둠이 짙은 방 안에서 페긴은 무녀와 곡예사와 짐승이 마술처럼 합성된 존재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생식기 위에 가면을, 기괴한 토템 가면을 쓴 것 같았고, 그 때문에 그녀가 아닌, 그녀여선 안 되는 존재로 바뀐 듯 했다. 그녀는 페긴 마이크인 동시에 까마귀나 코요테일 수 있었다. 그 모습에는 뭔가 위험한 면이 있엇다. 그의 심장이 흥분으로 쿵쾅거렸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음탕한 눈길로 몰래 엿보는 판[^1]이 된 기분이었다.
>[!quote]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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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상은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가 총으로 스스로를 쏘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갈매기>의 마지막 대사였다.
## Outgoing Links
- [[울분]]
- [[미국의 목가 1,2]]
- [[휴먼 스테인 1,2]]
## Back Link
- [[죽어가는 짐승]]
[^1]: 그리스신화에서 호색한으로 묘사되는 반인반수의 목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