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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자 속의 사나이

## yonkim's review (KR)
『상자 속의 사나이』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Chekhov, 1860~1904)가 1884~1903년에 발표한 중단편을 모아 놓은 소설집으로, 표제작인「상자 속의 사나이」를 포함하여 총 1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4페이지 분량의 초단편부터 30~40페이지 분량의 중단편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체호프는 1860년 러시아 남부 타간로크에서 식료품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문은 조부 세대까지는 농노 집안이었으나, 명민한 할아버지 예고르가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자신과 가족의 자유민 신분을 산 덕분에 안톤은 농노로 태어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체호프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파산하여 가족들이 모스크바로 도망치듯 떠나게 되었고, 고향에 홀로 남은 체호프는 과외로 푼돈을 벌며 어렵게 김나지움을 졸업했습니다. 3년 후, 그는 빈민가에 살고 있는 가족과 합류하여 모스크바 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리고 의과대학 1학년 때부터 여러 유머 잡지에 '안토샤 체혼테' 등의 필명으로 단편을 기고하기 시작했습니다.
훗날 그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자 현대 단편 소설과 희곡 분야의 완성자로 불리게 되지만, 초기 창작의 동기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함이었습니다. 그의 글쓰기는 자신뿐만 아니라 빈민가에 모여 사는 연로한 부모와 형제자매들로 이루어진 대가족을 책임지기 위한 생업 활동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굴」,「아뉴타」,「반카」또한 이 시기에 쓰인 작품들입니다.
체호프는 희비극의 원조 격으로 평가받는 극작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단편들은 플롯을 켜켜이 쌓아 올려 서서히 절정에 이르는 일반적인 서사라기보다는, 막이 열리고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직후 곧바로 상황이 시작되는 한 편의 단막극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파가 북적거리는 모스크바 거리를 비틀거리며 걷는 소년의 모습으로, 숲에서 솟구친 멧도요를 쏘는 총소리로, 방 안을 이리저리 거닐며 의학 교과서를 암송하는 가난한 의대생의 모습으로 첫 문단을 열며 이야기가 곧바로 시작됩니다.
수록작의 인물과 상황은 하나같이 비틀려있습니다. 비극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무력하게 구원을 기다리거나, [[도그마(Dogma)|일종의 맹목적인 믿음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포악하거나 짓궂은 남편,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들, 자의식이 없는 여성, 온갖 합리화로 점철된 바람둥이 등.
인물들은 대체로 나약하거나 어리석은 위선자로 묘사되고, 소설 속 세상은 그들에게 가차 없이 가혹합니다. 독자는 그들을 지켜보는 내내 "그게 아니라 이걸 해야지!", "거기가 아니라 여기를 봐야지!"라고 아무리 일러주어도 결코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는 인물들을 관조하는 입장이 됩니다.
개입할 수 없는 안타깝고 우울한 상황이 이어지는 와중에 인물들이 내리는 어리석은 판단이나 대사에 실소가 터져나옵니다. 마치 한 편의 우울한 시트콤을 보는 기분입니다. '쯧쯧, 가엾군.' 혹은 '하하, 바보 같긴.' 울고 웃으며 가슴을 졸이다 보니 어느새 13편의 작품이 지나갔습니다.
체호프는 우리 삶 구석구석에 깃든 쓴웃음을, 위선과 가식을 모두 걷어낸 자리에 남은 불편하고 어색한 공허조차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조명합니다. 그리고 한바탕 웃음 뒤로 사뭇 진지한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드라마와 연극을 보고 싶은 갈증이 일었습니다. 체호프의 소설이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린 것입니다. 그가 일깨워준 것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희로애락 가득한 드라마인지, 또한 그것을 정제하여 스크린과 무대 위에 올려놓은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 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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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북돋아주는 기만은 진실의 어둠보다 소중하다 -푸시킨
## Extracts
[[도그마(Dogma)]]
## Outgoing Links
[[결투]]
[[체호프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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