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bsidian # 제 2의 두뇌, 옵시디언 [[What is Obsidian|옵시디언(Obsidian)]]은 흔히 제 2의 두뇌(Second Brain)이라 불린다. 이런 별명을 얻게 된 데에는 많은 유저들의 사용 경험상, 단순히 노트를 저장하는 앱 이상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옵시디언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연결하는 방식과 꽤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유사점은 연결 지향적 사고이다. 기존의 노트 앱들이 폴더 안에 파일을 넣는 계층적 구조라면, 옵시디언은 노트와 노트를 링크로 연결한다. 마크다운 문법을 사용하므로 텍스트라는 가장 가볍고 본질적인 도구로 기록된 파편들을 `[[연결]]` 이란 시냅스를 통해 서로의 맥락을 참조하도록 만들 수 있다. 우리의 뇌가 한 단어에서 다른 기억을 떠올리고, 또 다시 다른 기억으로 연결되듯, 옵시디언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연결하여 거대한 지식의 그물망을 만든다. 이러한 그물망은 옵시디언의 상징과도 같은 기능인 그래프 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뷰의 노드와 라인을 이용해 내가 작성한 수많은 노트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듯, 옵시디언도 사용자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캘린더, 칸반 보드, 데이터뷰 등 수많은 커뮤니티 플러그인을 통해 나만의 사고체계를 효율적으로 워크플로우화 할 수 있다. 옵시디언은 이렇듯 정보를 단순히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나의 기존의 생각들을 연결하고 확장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유기적 공간이기 때문에 제2의 두뇌라고 불린다. 연결 지향적 메모를 구체화한 [제텔카스텐(Zettelkasten) 방법론](https://en.wikipedia.org/wiki/Zettelkasten)[^1]과 같이 현대적인 메모 기술을 실천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도구인 것이다. # 옵시디언 볼트(Vault)는 정리가 필요하다. 옵시디언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사실 정리되지 않은 저장소, 볼트(Vault)는 두뇌라기보다 지식의 모음과 다름없다. 옵시디언은 기본적으로 폴더-하위폴더-하위하위폴더의 계층형 구조를 따른다. 때문에 무질서하게 저장을 이어가다보면 지하500m 깊이에 파묻힌 메모들이 가득한 메모의 공동묘지가 될 뿐이다. 기록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나중에 다시 꺼내 쓰기 위함이다. 기록을 하는 당시의 나는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만, 한 달 뒤 혹은 일 년 뒤의 나는 이 메모를 왜 적었는지조차 잊어버릴 확률이 높다. 따라서 모든 기록은 자신만의 사고체계에 따른 주기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정리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실제 생산성으로 연결하기 위해서이다. 옵시디언 볼트를 정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수많은 자료들 사이에서 색인처럼 기능하는 MOC(Maps of Content)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지식을 연결하거나, 모든 자료에 엄격한 숫자 주소(예: 01-00 개인, 01-02 업무...)를 부여할 수도 있다. 또는 달력 플러그인을 이용해 일기처럼 시간 기반의 기록을 이어나가거나, 칸반 보드의 형식을 빌려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론에는 일관된 목적이 있다. 수집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 PARA 시스템(PARA System) 나는 나의 옵시디언 볼트에 PARA 라는 시스템을 사용중이다. "PARA"는 이 시스템의 4가지 구성 요소인 "Project, Area, Resources, Archive"의 각 머릿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이 시스템은 생산성 전문가 티아고 포르테(Tiago Forte)[^2]가 고안한 정보 정리 체계로, 그 효과가 이미 입증되어 있다. 옵시디언뿐만 아니라 모든 디지털 도구(노션, 에버노트, 파일 탐색기 등)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론이다. 옵시디언에 PARA 시스템을 적용할 땐 단 4개의 폴더만 있으면 되며, 이는 다음과 같다. 1. Projects (프로젝트) 정의: 마감 기한이 있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단기적인 노력의 흔적. 예시: '3월 30일 브런치 글 발행하기', '새로운 소설 초고 완성'. 특징: 끝이 명확하며,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가장 활동적인 폴더 2. Areas (영역) 정의: 마감 기한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 범위 예시: '건강(운동/식단)', '재무(저축/투자)', '글쓰기 실력 향상' 등 특징: 프로젝트처럼 끝나지 않으며, 삶에서 계속 관리해야 하는 영역을 모아둔 폴더 3. Resources (리소스) 정의: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영역에 속하지는 않지만, 참고할 만한 관심 주제 예시: '카메라 설정 팁', '좋아하는 문장 모음', '요리 레시피'. 특징: 일종의 도서관이나 참고 자료실 같은 역할을 하는 폴더 4. Archives (보관소) 정의: 위의 세 항목 중에서 완료되었거나 더 이상 활성화되지 않는 항목들 예시: '완료된 2025년 프로젝트', '예전에 관심 가졌던 취미 자료'. 특징: 삭제하기엔 아깝지만, 현재의 시야를 어지럽히지 않도록 따로 격리해 두는 장소 PARA의 핵심은 지식을 주제별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Actionability)'에 따라 분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가 "최고의 라면 만들기" 라면, PARA를 적용해 다음과 같이 영역을 분리할 수 있다. - P(roject): 프로젝트 - "4월 말일까지 라면 레시피 개발하기" < 지금 당장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 - 이번 주 실험할 재료 리스트 (바지락, 마늘 칩, 고추기름 등) - 맛 테스트 결과 기록지 (1차 시도: 너무 짬, 2차 시도: 면발 적당함 등) - A(rea): 영역 - 요리 및 식생활 관리 < 프로젝트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범위 - 기본적인 칼질 법, 육수 내는 법 등 요리 기초 지식 - 주방 기구 관리법 (칼 가는 법 등) - R(esources): 리소스 - 라면과 관련된 참고자료 -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YouTube 링크) - 전국 라면 맛집 지도 및 방문 후기 - 스프 성분 분석표나 면의 종류별 특징 자료 - 나중에 시도해보고 싶은 다른 요리 아이디어 - A(rchive): 보관소 - 지난 프로젝트였던 '맛있는 김치볶음밥 만들기' 자료 - 실패해서 중단한 '라면 두쫀쿠 만들기' 아이디어 이렇게 하면 4월 한 달 동안은 프로젝트와 리소스 영역을 오가며 라면과 관련된 자료들을 자주 열어보게 된다. 이때 서로 연관이 있는 연구 자료들끼리 링크할 수 있다. 4월 말일이 지나 레시피가 완성되면, 프로젝트 폴더에 있던 모든 내용은 보관소(Archives)로 옮긴다. 참고한 리소스는 함께 옮기지 않더라도, 프로젝트 시점의 자료들과 서로 링크되어 있으므로, 폴더를 일일이 뒤져가며 자료를 찾지 않아도 된다. 이로써 나의 제2의 두뇌를 항상 현재 집중해야 할 일들로만 가볍게 유지하면서도, 영감을 주었던 과거의 지식들은 상호 연결된 구조로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 내가 PARA를 적용한 방법(PARA + Inbox) 나는 여기에 Inbox 라는 폴더를 하나 더 추가하여 PARA로 나뉘기 이전의 임시 영역을 두고 사용하고 있다. Inbox에는 현실에서 포스트잇에 적어두었다 버릴만한 짧고 휘발성 강한 메모들을 수집한다. 예를 들면 방금 떠오른 생각, 오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 아이디어와 같은 것들이다. PARA 각 폴더가 모두 영구 저장소로써의 역할을 한다면, Inbox는 임시 저장소의 역할이다. 따라서 이 영역은 매일 또는 매주 주기적으로 비워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나의 Vault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Pasted image 20260330031836.png]] > my current vault status ![[Pasted image 20260330031910.png]] Inbox 영역은 보이는 것과 같이 날짜와 타임스탬프를 이용한 간단한 타이틀을 붙여준다. 3월 16일에 적은 노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Pasted image 20260330033118.png]]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게 포착한 메모로, 별 내용은 없다. 하지만 추후 글쓰기 소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적은 노트는 현재 Project 중 하나인 글쓰기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을 때 까진 그대로 둔다. 이 노트는 며칠 뒤 욘킴라디오의 초고가 되었다. ![[Pasted image 20260330033002.png]] 이 메모가 어떤 글의 소스가 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코멘트와 함께 링크를 연결한 뒤, Archive 영역으로 이동한다. 요약하면 Inbox에 포착 > Project에 활용 > 연결 후 Archive로 보관이라는 생각보다 간단한 워크플로우인 셈이다. 이와 같이 표준 PARA 시스템에 Inbox 폴더를 추가하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처리되지 않은 정보만을 위한 전용 공간인 Inbox를 둠으로써, 주요 PARA 폴더는 군더더기 없이 유지하고, 시스템 내에서는 잘 분류된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모든 생각에 즉각적인 분류를 요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실행 가능성에 따라 정리한다는 PARA의 핵심 원칙을 충실히 유지하므로, 아무리 잡스런 노트가 많아져도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실시간으로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간편히 포착하면서도 추후 아이디어의 확장을 촉진할 수 있다. 나의 예시에서 보여주었듯이 처음 Inbox에 포착된 노트들은 이후에 더 다듬어지고 발전할 수 있다. 아니라면 포스트잇을 떼버리듯 버리면 된다. Inbox는 잠재적인 프로젝트나 콘텐츠를 위한 준비 공간(staging area)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 Inbox 내의 노트가 더 구체적인 리소스가 되면 적절한 PARA 폴더로 이동하며, 완료 후에는 최종 결과물과 링크하여 보관소로 옮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어떤 아이디어가 현재 어디에 저장되어 있든지 최초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생각이 처음 포착된 순간부터 최종 형태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github를 이용해 프로젝트의 형상을 관리하는 것과 흡사한 원리이다. 처음엔 이런 방법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단 자신에게 맞는 워크플로우 한 가지를 몸에 체화하고 나면 사고 체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일상 속에서 라면을 먹다 불현듯 삶의 희로애락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이, 최고의 라면 레시피와 함께 최강록 셰프의 들기름, 부처님의 반야심경 구절이 얽힌 독특한 에세이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런 의식의 흐름을 추적할 수만 있다면, 일련의 에피소드를 대하는 나의 사고 체계에서 특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정보라도 나만의 논리로 구성하면 서사가 생긴다. 내가 옵시디언을 사용하며 적용한 시스템 또한 이 과정을 구현하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 기록하는 인간으로 산다는 건 시스템을 갖춰 메모를 하는 습관은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소중한 지식의 원형이 된다. 하지만 모든 기록이 영구 기록이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록에 대한 태도이다. 어떤 앱을 사용하던 간에 완벽한 분류 체계를 갖추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것은 좋지 않다. 시스템에 매몰되면 정작 원래의 목적은 증발하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시스템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모든 발상을 홀대하지 않고 "이 아이디어가 나중에 어떤 다른 생각과 만나게 될까?" 라는 호기심이 기록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김익한 교수는 그의 저서 "거인의 노트" 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록하면 인생의 방향이 보인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생각의 파편들이 질서 속에서 자리를 잡고 서로 연결될 때, 나의 노트는 단순한 지식 저장소를 넘어 삶의 다음 장을 가리키는 가장 믿음직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1]: 제텔카스텐(Zettelkasten) 방법론: 단순히 메모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메모들이 서로 대화하게 만드는 지식 관리 시스템. 이 방법론은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이 평생 70권 이상의 책과 400편 이상의 논문을 쓸 수 있었던 비결로 알려지며 유명해졌다. [^2]: 티아고 포르테(Tiago Forte): 생산성 전문가로써 제2의 두뇌(Building a Second Brain, BASB)라는 개념과 PARA 방법론을 세상에 널리 알린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