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writing # 보통의 월수금 눈을 뜨면 물, 구운 달걀, 두유와 영양제를 먹은 뒤 곧바로 운동을 갑니다. 처음 세 번까지는 상당히 의식적인 노력과 죄책감의 채찍질이 필요했지만, 계속하다 보니 몸과 마음의 저항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헬스장에 도착하면 어깨, 등, 허리, 다리 순으로 무게를 싣는 전신 운동을 합니다. ‘끙차’ 하며 기합을 넣어야 들 수 있는 수준의 무게를 유지하며, 전체적으로 지친 느낌이 들 때까지 하는 편입니다. PT 선생님이 계시는 날이면 약간 더 정직한 무빙이 나옵니다. 선생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스카우터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세트 수를 속일 생각은 말아야 합니다. ‘아, 이제 좀 힘들군.’ 싶을 때 15분 정도의 인터벌 러닝으로 마무리합니다. 숨이 많이 찰 정도로 뛰다가 옆 사람과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걷습니다. 호흡을 고르고 나면 다시 달립니다. 러닝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머신 위에서의 기계적인 달리기가 최선입니다. 이것이 나의 월, 수, 금 운동 루틴입니다. 운동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일반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합니다. 고양이 밥과 물고기 밥도 함께 챙깁니다. 고양이(드루, 8kg)에겐 오리젠 사료 한 컵에 관절 영양제와 엘라이신을 섞어줍니다. 물고기(구글이, 2g)에겐 히카리 바이브라 바이트 네 알과 뉴트리언스B 세 알을 줍니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면 고양이는 전용 텐트에, 물고기는 은신처용 터널에, 인간은 얼음을 가득 채운 제로 콜라를 들고 방에 틀어박힙니다. 이때부터는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책 읽기가 시작됩니다. 소설, 역사, 철학, 에세이, 새 책, 중고 책, 빌린 책, 종이책, 전자책 가리지 않고 신나게 읽습니다. 어제 읽던 것을 계속해서 읽기도 하고 그날그날 구미가 당기는 것을 읽기도 합니다. 서너 페이지쯤 읽다가 톡 쏘는 차가운 탄산음료를 한 모금 마셔주고, 다시 다섯 페이지쯤 읽다가 지나가는 몇 가지 생각을 메모합니다. 문득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시간이 멈추는 기분이 들면 서른 페이지쯤 지나 있습니다. 눈이 조금 뻑뻑해진다 싶을 때 시계를 보면 보통 오후 5시입니다. 배꼽시계가 꼬르륵 울립니다. 저녁을 먹을 시간입니다. 오늘 마음속에서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은 오므라이스입니다. 감자와 햄을 다져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심플한 볶음밥을 베이스로 합니다. 볶음밥 위로 부들부들한 달걀 이불(달걀x2)을 덮어준 뒤 소스를 만듭니다. 돈가스 소스와 카레 그 중간 어디쯤의 강렬한 고동색 빛을 내는 소스여야 합니다. 여기서 한 숟가락 정도의 케첩이 가정용 오므라이스와 24시간 기사 식당 오므라이스의 한 끗 차이를 만드는 킥입니다.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케첩이 소스 전체를 폭력적으로 장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나야, 케첩.’ 하고 점잖게 등장하면서도 모두에게 분명한 인상을 남기도록 해야 합니다. 각자의 파트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상태로 바글바글 끓인 소스를 흥건하게 끼얹어주면 오므라이스 완성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조금 긴 산책을 다녀옵니다. 혈당을 낮추겠다는 의지와 분투라기보다는 편안하고 느긋한 느낌의 산책입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서늘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아무 고민 없이 걷는 산책이 퍽 낭만적입니다. 아직까진 모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으니, 강변의 산책로를 마음 놓고 걸을 수 있습니다. 정강이까지 잠기는 물에서 물고기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왜가리를 구경하거나 흔들리는 나무와 나무 사이로 시선을 옮기며 걷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깁니다.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허리가 긴 크림색 강아지, 약간 설익었던 오므라이스 안의 감자 조각, 오늘 읽었던 그 문장이 무슨 의미였을까 하는 것들입니다. 긴 산책은 뭐랄까, 의지적이지 않은 관망의 시간입니다. 산책에서 돌아오면 다시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지겨울 때까지 마음 놓고 즐깁니다. 마무리로 넷플릭스를 켜고, 뭐 볼만한 게 없나 20분 정도 뒤적뒤적거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넘쳐나지만 정작 나의 흥미를 건드리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스크롤을 오르락내리락거리지만 결국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끄곤 합니다. 자정이 조금 넘으면 끌어내지 않는 한 결코 이불 위에서 비켜주지 않는 고양이(8kg)를 다른 곳으로 옮겨다 놓고, 잠자리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