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상블라주(Assemblage) 아상블라주(Assemblage)는 프랑스어로 '모으기, 조합, 조립'을 뜻하는 미술 용어. 전통적인 미술 재료(물감, 대리석 등)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물건이나 폐품, 잡동사니들을 긁어모아 기발하게 조합하여 만든 3차원 입체 예술 작품(조각이나 오브제)을 말한다. 프랑스의 화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가 1953년 나비 날개, 유목(떠돌아다니는 나무) 등을 모아 만든 작품에 이 이름을 붙이면서 미술계의 공식 용어로 자리잡았다. [https://www.nationalgalleries.org](https://www.nationalgalleries.org/art-and-artists/glossary-terms/assemblage) ## 미술적 관점 ### 핵심 특징 레디메이드와 폐품의 재탄생: 버려진 타이어, 부서진 장난감, 녹슨 기계 부품, 마네킹 다리 등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오브제)이나 쓰레기가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잇다. 콜라주(Collage)의 3차원 확장 버전: 종이나 천을 평면에 붙이는 것이 콜라주라면, 이를 입체적인 공간으로 확장하여 조각이나 설치 미술 형태로 만든 것이 아상블라주라 할 수 있다. 낯선 만남이 주는 충격: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 이상의 물건이 결합하면서, 원래 물건이 가지고 있던 일상적인 기능은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의미나 예술적 아우라가 태어난다. ### 초기 사례(Early Examples) 아상블라주 미술의 가장 초기 사례는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종합적 입체주의 회화에 모래, 톱밥, 밧줄 같은 발견된 오브제(오브제 트루베) 요소를 도입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피카소는 나무 부속에 일상적인 직물을 결합하여 벽면을 넘어 전시 공간으로 뻗어 나오는 《정물(Still Life, 1914)》과 같은 조립형 부조 조각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며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제 우리는 장르라는 바보 같은 독재에서 이미 해방된 회화와 조각, 그 자체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이것은 이쪽도 저쪽도 아니다."` 아상블라주는 일상적인 사물을 조각의 형태로 가져와 예술과 평범한 삶을 엮어냈던 '반(反)예술' 성향의 다다이스트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독일 예술가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는 아상블라주 미술의 선구자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오래된 버스 표, 종이 조각, 버려진 나무토막 같은 길거리에서 주운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다채로운 층위의 2차원 및 3차원 예술 작품을 만들었고, 이를 '메르츠(Merz)'라 불렀다. 그의 가장 야심 찬 작품은 방 전체 크기의 조각적 구조물로 확장된 [《메르츠바우(Merzbau)》](https://www.moma.org/explore/inside_out/2012/07/09/in-search-of-lost-art-kurt-schwitterss-merzbau/)였다. ^188cd6 ### 대표 작가 대표적인 작가로는 상자 속에 자신만의 작은 우주를 조립했던 [조셉 코넬(Joseph Cornell)](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15/jul/25/joseph-cornell-wanderlust-royal-academy-exhibition-london), 폐품을 이용해 거대한 분수 조각을 만든 [장 팅겔리(Jean Tinguely)](https://www.stedelijk.nl/en/exhibitions/jean-tinguely-machine-spectacle), 그리고 침대와 이불 위에 물감을 들이부었던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https://www.rauschenbergfoundation.org/art/artwork/able-was-i-ere-i-saw-elba-ii-japanese-recreational-claywork) 등이 있다. ## 철학적 관점 ### 들뢰즈의 아상블라주(Agencement) 질 들뢰즈(Gilles Deleuze) 철학에서 '아상블라주(프랑스어 원어로는 Agencement, 배치/배열)'는 단순히 '물건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세계가 존재하고 작동하는 방식 그 자체를 뜻한다. - 이종적 조건으로 구성되는 다양체: 세계는 고정된 하나의 본질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나이, 성별, 심지어 생물학적 계(Regne, 동물계/식물계 등)처럼 전혀 다른 성격의 요소들이 마구 뒤섞여 새로운 장(field)을 만든다. 인간과 스마트폰, 벌과 난초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만나 하나의 기능적 네트워크를 이룰 때, 그것이 바로 아상블라주(다양체). - 혈연이 아니라 동맹과 합금, 전염과 바람: 전통적인 세계관은 '혈통, 세습, 계보' 같은 수직적이고 고정된 관계를 중시했다. 반면 아상블라주는 수평적이고 우연한 만남이다. 구리와 아연이 만나 '황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합금이 되듯, 혹은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전염시키며 번지듯, 예기치 못한 연결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성을 의미한다. - 결합이 아닌 연결: 아상블라주는 영원불멸한 결합이 아니다. 언제든 끊어지고 재배치될 수 있는 선으로 묶여있다. 그래서 존재는 늘 불안정하면서도, 동시에 언제든 새로워질 수 있는 개방성을 가진다. "모든 것은 아상블라주 속에서 존재한다"는 말은, 고립되어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는 늘 무언가와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실존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 피카소가 나무 조각과 천을 붙여 조각을 만들고, 슈비터스가 쓰레기를 모아 《메르츠바우》라는 방을 창조했을 때, 그들은 단순히 시각적 유희를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상관없는 존재들이 만나 서로 동맹을 맺고(합금), 기존의 미술 장르를 파괴하며 번져나가는(전염·바람) 철학적 아상블라주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행위였다. --- # Quotes/References >[!quote] 김홍중의 [[은둔기계]] 에서 인용 > >아상블라주란 무엇인가? 그것은 수많은 이종적 조건으로 구성되는 다양체로서 나이, 성, 계(regne)와 같은 다양한 특성들을 가로질러 그들 간의 연결, 관계를 수립한다. 그래서 그 유일한 단위는 그 공통 기능에 있다. 아상블라주는 공생이고, 공감이다. 그것은 혈연관계가 아니라 동맹과 합금이며, 세습이나 혈통이 아니라 전염, 유행병, 바람이다(Deluze & Parnet, 1996:84) | p90 >[!quote] 김홍중의 [[은둔기계]] 에서 인용 > >- 모든 것은 연약한 선에 의해 간신히 연결된 요소들의 아상블라주다 | p104 >-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상블라주 속에서 존재한다 | p104 # Outgoing Links - [[다다이즘(Dadaism)]] # Back Link - [[은둔기계]] - 질 들뢰즈(Gilles Deleuze) - 클레어 파르네(Claire P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