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rev ┈┈┈┈┈┈┈┈┈┈ | ┈┈┈┈┈┈┈┈┈┈ Next ❯❯ | |:----------------|----------------:| | [[취향탐구-건조기]] | | #취향탐구 - creation date: 2025-03-19 - author: yonkim # 취향탐구-소시지야채볶음 소시지야채볶음은 인류문명의 축소판 같은 메뉴이다. 가공된 소시지가 산업화의 상징이라면 아삭한 맛을 일부러 살린 채소는 인간은 결코 자연을 배척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불에 익힌 고기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한껏 인공적인 소스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풍미는 그야말로 인류가 생존을 위해 추구하는 모든 요소들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름에도 멋진 의미가 담겨있다. 소시지,야채,볶음 각 요소가 뚜렷하게 자기 역할을 하면서도 소시지야채볶음이라는 단일 팀으로서 밥반찬이든, 술안주든, 도시락이든 어디서든 단단한 포지셔닝을 보여준다. 마치 개개인의 역량을 더해 전체를 빛나게 하는 멋진 팀워크처럼. 이런 멋진 철학적 은유를 담고 있는데다가 맛있기까지 하다. 이건 단순히 반찬이 아니다. 팬 위에서 완성되는 철학이고, 한 접시로 배우는 균형의 미학이다. 소시지야채볶음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소시지 몇 알, 채소 한 웅큼, 케첩 정도만 있으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 기본적으로 케첩을 사용하지만 변주도 자유로운 요리다. 간장과 굴소스를 더하면 짭조름한 동양풍 볶음이 되고, 고추장과 마늘을 넣으면 매콤한 감칠맛이 살아난다. 재료 역시 정해진 것이 없다. 피망, 양파, 당근이 일반적이지만, 브로콜리나 버섯, 감자가 들어간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한, 요리가 서툴어도 된다. 요리라는 것은 본디 어울릴법한 재료들을 한 곳에 모아 나름의 가치 있는 조합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소시지가 이븐하게 익지 않더라도, 채소가 오버쿡 되더라도 달콤 짭쪼름한 소스에 버무려지는 순간 모든 결점이 덮어진다. 그러니 요리를 잘 못하더라도 늘 그럴싸한 맛을 낼 수 있다. 바빠서 대충 만들어도 괜찮고, 정성을 들이면 또 그 나름대로 쓸데없이 멋이 있다. 한 입 먹어보았을 때 밥 생각이 나면 그 자체로 훌륭한 가치를 지닌 반찬이 되고, 술 생각이 나면 가볍게 한 잔 하기 딱 좋은 술안주다. 완벽한 조건이 아닐지라도, 값비싼 재료가 없더라도, 부족한 대로 조합하고, 때로는 즉흥적으로 변화를 주면서도 나름의 균형을 찾으면 된다. 특별할 것 없지만 한 입 먹으면 만족스럽고, 만들기도 쉽지만 그 결과는 결코 허술하지 않기에.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나에게 최선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소시지야채볶음이 가르쳐주는 실용적 지혜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모두 각자의 소시지야채볶음을 만들어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 - [[Index-Writings|Return to list]] | ❮❮ Prev ┈┈┈┈┈┈┈┈┈┈ | ┈┈┈┈┈┈┈┈┈┈ Next ❯❯ | |:----------------|----------------:| | [[취향탐구-건조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