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rev ┈┈┈┈┈┈┈┈┈┈ | ┈┈┈┈┈┈┈┈┈┈ Next ❯❯ | |:----------------|----------------:| | [[6. 종말의 플레이리스트]] | [[8. 이름 없는 감정에게]] | #종말을연습하며 - creation date: 2025-08-24 - author: yonkim --- # 종말을 연습하며-7. 문 닫힘 버튼을 누르면서 누군가를 두고 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순간, 복도 끝에서 누군가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이미 문 닫힘 버튼 위에 얹혀 있었죠. 타자마자 누르는 건 바쁜 현대인들의 흔한 반사신경이니까요. 등 뒤로 “앗, 잠시만요!”라는 외침도 똑똑히 들렸습니다. 하필 문도 유난히 느릿느릿 닫혔으니, 못 들었다고 둘러댈 여지는 없었습니다. 나는 그냥 태연하게 모른 척했을 뿐이죠. 엘리베이터는 망설임 없이 슝— 하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비로소 안도했습니다. 잠시 멈춰 주는 것보다 얼른 닫아버리는 쪽이 대체로 편합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엘리베이터 문만 그런 게 아니라, 생각의 여지도, 풀리지 않은 대화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성급히 닫아버린 순간들이, 어쩌면 더 의미 있는 무언가로 이어질 기회를 잃은 건지도 모릅니다. 나는 과연 누구를 두고 온 걸까요? 그러나 이런 반성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금세 못난 마음이 고개를 들죠. “잠깐, 누군가는 나를 기다려준 적이 있던가?” 하는 궁색한 항변 말입니다. 아, 이제야 알겠습니다. 내가 문을 닫은 건 무심한 현대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졸렬했기 때문이군요. 1층에 남겨진 사람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나를 잊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꼭대기 층에 이르러서도 은근한 죄책감을 안고 내리겠죠. 아주 잠깐이라도 멈추려 하지 않았던 대가로 말입니다. 이렇게 흘려보낸 관계와 감정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 이미 정원 초과일 겁니다. 결국 등을 떠밀려 내리는 사람은 바로 나일 테지요. 아무도 없는 층에 홀로 영영 갇혀버린 나의 모습이 스멀스멀 떠오릅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들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으로 되돌아오는군요. 다음번에 나는 망설임 없이 열림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일단 그 엘리베이터에서는 조금 더 나은 인간이겠죠. 📌오늘의 연습 - 문이 열립니다. [[Index-Writings|Return to list]] | ❮❮ Prev ┈┈┈┈┈┈┈┈┈┈ | ┈┈┈┈┈┈┈┈┈┈ Next ❯❯ | |:----------------|----------------:| | [[6. 종말의 플레이리스트]] | [[8. 이름 없는 감정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