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rev ┈┈┈┈┈┈┈┈┈┈ | ┈┈┈┈┈┈┈┈┈┈ Next ❯❯ |
|:----------------|----------------:|
| | |
#회복산책
- creation date: undefined
- author: yonkim
# 종말을 연습하며-4. 검색창에 '죽음'을 쳐보는 밤
---
아무리 현실이 버겁더라도 '사는 게 낫다'는 말을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현실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최악이라 여겼던 날들보다 더 깊은 어둠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문득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에도 끝이 있다면, 왜 지금이어서는 안 될까.
어린 시절엔 무언가의 끝이 몹시 두려웠지만, 어른의 시간은 도무지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답 없는 물음에 답을 구하며, 네모난 검색창에 질문을 던집니다. 좀 더 최신 방식으로, AI에게 나의 불안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털어놓기도 합니다. 믿음직한 출처에서 돌아오는 그럴싸한 답변들. 아 그렇군, 그렇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실질적으로 해결되는 건 없지만, 정보가 주는 묘한 안정감이 있달까요? 밤새 머릿속을 맴돌던 시끌벅적한 생각들이 조용히 정돈됩니다. 어떤 검열도 없는 자리에서 나는 홀로 질문을 던지고, 알고리즘은 주저 없이 답을 내놓습니다. 과학적 정의, 철학적 문장, 통계와 사례, 심지어 도움을 준다는 전화번호까지. 마치 "아, 당신은 '그저 끝을 생각해 보는 중인 평범한 사람' 이군요, 여기에 여러 가지 것들이 있으니 입맛대로 살펴보시죠"라는 듯이 말이죠.
그러다 보면, 묘하게도 위로가 됩니다. 죽음을 떠올리는 건 곧 잘못된 마음의 징후다라는 사회의 낙인도 없고, 여전히 멀리 있는 것만 같고, 그다지 나쁜 결말만은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그 가능성을 사유하는 순간만큼은 편안한 느낌도 들고요. 월요일을 앞두고 죽음을 떠올리는 평범한 사회인, 충분히 성립할 수 있는 캐릭터이고도 하고요.
죽음을 물으면서, 사실은 하루를 더 살아가는 법을 묻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둘은 생각보다 가까워서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서로를 가리킵니다. 나는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 갇힌 것도, 죽지 못해 사는 것도 아닌, 단지 삶과 죽음의 얇은 경계 위를 하루하루 걷고 있을 뿐입니다. 죽음을 묻는 건 삶을 묻는 일과 다르지 않고, 그 둘을 동시에 품고 있는 상태가 의외로 나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불안의 본질은 답을 모르는 상태가 아닌, 어떤 답을 원하는지 정하지 못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연습
-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게
- 스쳐가^네 파노라^마 처럼.
- [[Index-Writings|Return to list]]
| ❮❮ Prev ┈┈┈┈┈┈┈┈┈┈ | ┈┈┈┈┈┈┈┈┈┈ Next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