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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산책
- creation date: undefined
- author: yonkim
# 종말을 연습하며-3. 장바구니에 고독을 1+1로 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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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습니다. 하나 가격에 두 개가 따라옵니다. 제품 썸네일에는 쌍둥이처럼 닮은 사진이 나란히 있습니다. 대용량 수분크림 두 통, 여름용 파자마 두 벌, 1.8L짜리 콩기름 두 병, 시리얼 두 상자. 한 사람이 다 쓰기 엔 조금 많고, 취향이 썩 다르지 않은 두 사람에겐 딱 좋은 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입니다. 수분크림 하나는 화장대 위에, 다른 하나는 서랍 안에. 시리얼 하나는 식탁 위에, 다른 하나는 찬장 안에. 그동안의 패턴을 떠올려보면, 종종 둘 중 하나는 새것 상태로 남습니다. '이거 다 쓰면 저걸 쓰자'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두 번째 수분크림은 끝내 열지도 못한 채 서랍 안에서 잊히겠지요. 첫 번째 시리얼은 두 번째 상자를 뜯기도 전에 이미 눅눅해지고 있을 것이고요.
꼼꼼한 스킨케어와도, 야무진 살림과도 거리가 먼 내가 덤에 현혹되는 버릇을 끝내 고치지 못한 채 죽는다면, 유언장도 복잡해질 것입니다.
"나의 두 번째 새 머그잔(*주방 찬장 가장 윗 칸)은 누구에게, 나의 두 번째 새 만능칼(*공구 박스 안) 누구에게, 나의 두 번째 새 햇빛 차단용 선캡(*옷장 서랍 맨 아랫칸)은 누구에게....'“
할 말을 미처 다 남 기지 못하고 간다고 해도, 우스운 장면이 그려집니다. 누군가 저의 자취를 정리하며 이렇게 말하겠지요.
-"이건 새 거네요... 이것도 아니, 이것도? “
나는 혼자서 무엇을 비축하려던 걸까요? 영원히 써보지 못한 두 번째만 잔뜩 남겨두고 떠날 거였다면요. 그렇게 1:1 은 혼자라는 사실을 두 배로 환기해 주는 숫자가 됩니다.
로켓 배송으로 쌓아 올린 물건들과, 서랍 속에서 포장도 뜯 지 않은 채 잠든 절반의 것들 사이에서 고독이 조용히 자라납니다. 그리고 오지 않은 날들을 붙잡고 사는 버릇과 불안을 미리 매만지는 습관 사이를 오갑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끝내 결심하지 못한 것들과 사라진 약속들, 그렇게 살아보지 못한 어떤 순간들이 겹칩니다. 어쩌면 쓰지 않은 것은 물건이 아니라, 쓰지 못한 시간일지도요.
📌오늘의 연습:
- '언젠가' 말고 '지금' 챙기기
- 하나 가격에 두 개라면, 다른 사람과 나눠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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