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rev ┈┈┈┈┈┈┈┈┈┈ | ┈┈┈┈┈┈┈┈┈┈ Next ❯❯ | |:----------------|----------------:| | | | #회복산책 - creation date: undefined - author: yonkim # 종말을 연습하며-2.고양이에게 유언을 남긴다는 건 --- 너보다 내가 먼저 떠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너는 아마도 내 방, 해가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 내가 돌아오지 않는 현관을 오래도록 바라보겠지. 네가 없는 나의 슬프고 힘겨운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내가 없는 너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아. 앞으로 너의 밥과 물은, 츄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넌 하루에 두 번은 빗질을 해 줘야 하는데. 너무 뾰족하지 않은 브러시로, 특히 아래턱과 오른쪽 뺨 사이의 미묘한 위치를 섬세하게 긁어줘야 하는데. 꼭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 나를 기다리지 말라는 말이야. 누군가 나의 흔적을 정리해 주러 와준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아무도 와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방충망을 뜯고 거리로 나가야 해. 앞 건물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그리 야박하지 않으니 괜찮은 선택이 될 거야. 하지만 구멍가게 할머니는 반드시 피해야 해. 파리채를 휘두르며 길고양이를 내쫓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거든. 수개월 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동네 유일의 캣 맘의 정체도 알려줄게. 바로 요구르트 아주머니야. 거리에서 생전 겪어보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음식물 쓰레기는 절대로 뒤지지 말고 요구르트 전동 카트의 소리를 따라가면 희망이 있을 거야. 네가 좋아하던 달콤한 오리고기맛 츄르는 아닐 테지만, 고양이 전용 사료는 반드시 먹을 수 있어. 아참. 내키지 않더라도 꼬박꼬박 물을 챙겨마시는 것도 잊어선 안 돼. 기왕이면 흐르고 있는 신선한 물을 자주 마셨으면 좋겠어. 그리고 비둘기는 호기심에 괴롭히더라도, 까마귀나 까치와는 상종도 하지 마. 그 새들이 떼거지로 고양이를 괴롭히는 것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거든. 또, 춥더라도 자동차 아래로는 숨어들지 말고.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하지만 너는 결국은 거리 생활을 견딜 수 없을 거야. 너는 집고양이가 더 어울려. 그래서 난 네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난 네가, 낯선 사람이 무섭더라도, 차라리 누구에게든 살갑게 '매애옹' 거리며 치근대야 한다는 점을 두 번, 세 번 말해주고 싶어. 낯선 사람은 드루라는 예쁜 이름 대신 '나비야', '야옹아' 하고 부를 거야. 부드럽게 쓰다듬지 않거나, 사료 대신 이상한 꿀꿀이죽 같은 걸 줄 수도 있어. 별 것 아닌 일에 호통을 치기도 하고, 조심성 없게 다니며 꼬리를 밟기도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래도 하악질만큼은 참아야 해.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꾹 참고 힘껏 애교를 부려야 해. 네가 기분이 좋을 때 잘하는 것 있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떼굴거리며 눈을 마주치는 거 말이야. 그걸 보여줘. 네가 너무 귀여워서 모른 척할 수 없도록 말이야. 아, 나의 예쁜 고양이! 동그랗고 큰 눈,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을 가진 사랑스러운 고양이. 매일의 생일 선물 같던, 내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양이. 더 자주 만져줄 걸, 한 번이라도 더 불러보고, 더 오래 안아줄 걸... 나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을 되도록 빨리, 까맣게, 영원히 잊은 채 새로운 사람의 손에 길이 들기를 바라. 그리고 남아 있는 단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을, 순하고 새침데기 같은 집고양이로 마치는 거야. 끝까지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드루야. 📌오늘의 연습: - 한 번 더 놀아주기 - 한 번 더 안아주기 - [[Index-Writings|Return to list]] | ❮❮ Prev ┈┈┈┈┈┈┈┈┈┈ | ┈┈┈┈┈┈┈┈┈┈ Next ❯❯ | |:----------------|----------------:| | | |